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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최고·겸손·가치’, BMW가 나를 키웠다
작성일: 
2013-02-13 오후 1:28:59
조회수: 
4110




종종 사람과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최고경영자와 기업도 마찬가지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김 사장이 BMW를 닮아 간 건지, BMW가 그를 닮아 가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김효준 사장이 스스로 존경한다는 BMW를 닮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하지만 BMW도 그동안 그가 해 온 많은 일들을 적극 지지하고 벤치마킹하려고 한 점도 돋보인다. 어쨌든 지난 10여 년 동안 BMW와 김효준 사장은 더 닮아 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BMW는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줄임말로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자동차 회사란 의미다. 하지만 김효준 사장과 BMW는 또 다른 의미에서 닮았다. 바로 ‘최고(Best), 겸손(Modesty), 가치(Worth)’, 즉 BMW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늘 최고를 만들어 가지만 겸손하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해 간다는 의미다.

- 최근 KMA경영자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셨는데, 먼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경영자교육위원회는 경영자의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  죠. 경제발전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경영자교육위원회의 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하지만 전임 회장님들이 잘해 오셔서, 뒤를 이어 하게 된다는 부담감이 앞섭니다. 맡은 이상 소임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겸손하게 하겠습니다.

- 경영자교육위원회를 이끌어 가시면서 어떤 점에 가장 역점을 둘 계획이십니까.
기존에 해 왔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주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우리 기업과 기업가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권과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내는 데 역할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40년 가까이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조금은 남다른 것 같아요.
제가 늘 가치 지향적 기업 활동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의 미션은 지속적인 가치 창출입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사회에 발신하는 역할을 해야 하죠. 경제적 부든, 새로운 기술이든, 문화적인 뭔가가 됐든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우리 기업들이 본래 목적에 부합해야 해요.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에 맞춰 기업들의 가치 지향적 역할에 대한 부문들이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 역점을 두고 싶어요.         

- 사장님은 지난 1995년 BMW코리아 창립과 함께 상무이사로 합류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BMW코리아 입사 전에 제약회사인 신텍스 한국 법인에서 일했어요. 당시 부사장인 제가 청산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 작업을 끝내놓고 130여 명의 직원들을 취직시키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우연히 헤드헌터 회사가 재미있는 거래를 제안했죠. 직원들 취직을 도와주는 대신 BMW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CFO(Chief Finance Officer : 재무담당최고책임자)를 뽑는데 면접을 봐 달라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 유명 대학 박사와 MBA 출신인 훌륭한 후보 두 명이 있었는데 BMW 규정상 반드시 세 명이 면접을 봐야 하기 때문에 저는 들러리였던 셈이죠.        
결국 운이 좋게도 제가 뽑혔어요. BMW가 학력보다는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회사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 등 실무 능력을 훨씬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정말 배울 만하죠. 이게 계기가 되어 CFO로 입사했고 이후 부사장을 거쳐 곧바로 사장이 되었어요.

- 당시만 해도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시장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던 것 같은데요, 초기에 어떻게 사업을 추진하셨습니까.
한마디로 허허벌판이었어요. 당시 수입차 전체가 일 년에 겨우 100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을 때였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요인은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BMW코리아가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인큐베이팅하고 일궈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BMW코리아가 설립되고 시장에서도 브랜드나 서비스라는 말이 나오고 서서히 시장 중심, 고객 중심의 사업적 틀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사업에 투자하고 교육도 하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죠. 이후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들어왔어요.
사실 1995년 입사 면접을 볼 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기회를 봤습니다. 우선 BMW란 회사에 믿음이 갔어요. 또 한국은 경제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자동차 산업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자동차 산업의 전 세계적 흐름도 자국산 중심으로 커지다가 결국에는 수입차, 국산차의 개념이 모호해집니다. 대신 기술력, 브랜드, 서비스로 승부가 나요. 이런 면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도 충분히 성숙할 것이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국산차 일변도에서 수요의 다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게 된 셈입니다.

- BMW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아주 긍정적이죠. 수입차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에 여러 자극을 줬어요. 결국 경쟁을 통해 품질과 서비스가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국산차 브랜드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 케이스 중에 건설중장비 회사인 고마쓰 사례가 있어요. 1960년대 일본의 11개 자동차 회사가 세계 시장을 석권했는데, 자국 시장을 닫은 채 해외 시장을 키운다고 통상 문제로 비화됐죠. 일본 입장에선 산업적 효과가 큰 자동차 시장을 계속 보호하는 대신 건설중장비 시장을 개방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 일본 회사였던 고마쓰는 일순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일류 브랜드들과 경쟁, 협력하면서 글로벌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마쓰는 이후 당시 동종 세계 최고 업체였던 캐터필러를 능가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죠. 반면 자생력과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차 업체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 BMW코리아 입사 후 5년 만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시는 등 승승장구해 오고 계신데 비결이 뭐라고 보십니까. 특히 CEO로 취임하신 지난 2000년 연간 판매량 300대에서 지난해 3만 대를 훌쩍 넘기는 놀라운 성장을 일궈 내어 줄곧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켜왔습니다.
비결은 따로 없어요. 열심히 일했죠. 운도 좋았습니다. 운이란 건 ‘3P(Product, People, Partner)’를 말해요. 최고 제품, 직원, 파트너 덕분이죠.
취임 초기 6개월 동안은 주말마다 고객으로 가장해 쇼룸과 워크숍을 방문해 350여 명의 고객을 직접 만났어요. 고객들이 신랄하게 건넸던 평가나 요구사항들을 메모해서 사업적 아이디어로 하나씩 바꾸었죠. 직원들에게는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이해하다’는 영어로 ‘understand’입니다. ‘under’의 의미처럼 밑에서 본다는 것이죠. 
그때 세 개의 슬로건을 던졌어요. ‘B to B’, ‘B to C’, 그리고 ‘1 in 5’였죠. ‘B to B(Benz to BMW)’는 1등인 벤츠를 이긴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딜러들은 “우리는 2등이니 싸게라도 팔아야 한다”고 했어요. 독일 출장길에 제 돈을 들여 아우토반에서 직접 차를 몰아보고 최고 품질이란 확신이 섰습니다. 자기가 파는 물건에 자부심이 없으면 고객을 설득할 수 없죠. 자부심을 갖고 “B to B 하자”고 했어요.
그게 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B to C(BMW to Customer)’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BMW는 고객을 지향한다’는 확실한 방향성이죠. 이어 ‘1 in 5’, 즉 1% 시장점유율을 5년 안에 이룬다는 목표였어요. 1%면 1만 대인데 당시 몇백 대 팔 때니까 다들 놀랐죠. 하지만 결국 다 해냈습니다.

-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육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아 권한 위임을 통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경영은 무수히 반복되는 의사결정과정입니다. 직위에 관계없이 자신의 업무 내에서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반복적으로 훈련시켜 주면 매니저로서 역량을 갖게 됩니다.
올해 인사에서 자리나 부서를 다 바꾸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을 경우 다른 영역으로 책임을 넓혀도 새로운 전문성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겨요.
독일 본사에서도 굉장히 놀랄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죠. 이젠 직원들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해보니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을 믿고 맡기고 가이드하면서 정교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해요. 진정한 글로벌 리더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비전도 생겼어요. 후배들이 본사 임원, 다른 나라 사장도 돼야 합니다.
초창기부터 사람에 대한 투자를 사실 많이 했는데 에피소드도 많아요. 후발 업체들이 BMW코리아에 인재들이 많다고 스카우트를 해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 바람에 교육을 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우리가 키운 사람들의 역량이 입증되고 다른 회사에 가 더 잘하면 산업이 크는 겁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가르치라고 하죠.
- 성공비결 중에 베스트 파트너를 언급하셨는데, 딜러와 파트너십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과거 독일 본사 임원과 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CEO인 저를 평가하는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협력업체인 딜러의 수익성을 책임지겠다는 의미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전 세계 80개국에 독일 사람들이 BMW 책임자로 있는데 단기간에 계속 바뀌면서 소위 밀어내기라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 브랜드가 제대로 세팅될 수 없죠. 딜러들과 함께 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이윤이 있어야 해요.
본사 임원은 고민 끝에 BMW 전 세계 책임자들 평가항목에 딜러 수익성을 포함시켰습니다. 결국 딜러와의 공고한 신뢰가 토대가 되어 BMW가 지난 2009년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어요. 한국은 전 세계에 딜러와의 관계에 모범적인 나라로 소문나 있습니다. 딜러들이 걱정 없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것도 기본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죠.

-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BMW그룹 임원으로도 임명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인지가 궁금합니다.
사장이 된 이후 지속적인 성과를 냈어요. 지역 사장단 회의를 가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사실 당시 상황을 감안해 보면 운이 좋았죠. 외국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글로벌 기업의 사고방식과 메커니즘에 익숙한 데다, 아시아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아시아인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제가 본사 임원이 될 때만 해도 비독일인은 5명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아시아인은 저밖에 없죠. 그 이후부터 로컬 사장들을 막 뽑기 시작했어요. 비독일인 임원에 대한 좋은 출발점이 된 셈인데 성공 케이스가 한국에서 나왔다고들 해요.  

- 경영을 해 오시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크고 작은 어려움은 매일 반복됩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수입차 업계에선 철수가 대세였죠. 그때 제게 주어진 과제가 규모를 3분의1로 줄일지, 아니면 철수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철수할 이유가 없었어요. 일시적 외환 고갈 문제이고 2~3년 내에 복원됐을 때 오히려 새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가겠다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졌죠.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어요. 물론 BMW는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BMW가 좋은 회사란 건, 그런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됩니다.
이후 판매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성과로 이어졌어요. BMW코리아와 한국 수입차 시장의 역사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시 다른 브랜드는 다 철수하는데 BMW는 끝까지 남아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을 케어하는 브랜드로, 시장 인식이 달라졌죠.     

- 사장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아직도 배워 가는 과정입니다. 때문에 잘 배우려고 노력해요. 경영철학을 얘기하는 건 과분하지만, 저는 모든 게 휴먼 비즈니스고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나 철학이 우리 직장 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업도, 사회도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작년에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죠. 기금은 차 한 대당 고객, 딜러사,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BMW코리아가 각각 3만 원씩 기부를 더하는 매칭 펀드 형태로 이뤄집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있어요. 올해 인천 영종도에 착공하는 드라이빙센터도 마찬가지죠. 우리 고객뿐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700억 원 정도 드는데 BMW에서도 독일, 미국 다음으로 세 번째입니다. 고객서비스평가단(옴브즈맨 제도)을 업계 최초로 운영하고 이를 백서로 만드는 일도 진행하고 있어요.
독일 본사에서도 이런 일들에 대해 놀랍니다. 누구든지 먼저 시작하고 선도하면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 펼치려고 해요. 고객이 단순히 돈만 내는 것이 아니고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이죠. 이런 가치 확산에 제 역할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지, 또 향후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불투명한 이슈들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본질에 더 충실해야 해요. 수입차 시장은 커질 전망이지만 좋은 제품을 ‘understand’, 즉 밑에서 올려 보는 입장에서 겸손하게 자기 절제해 가며 어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올해를 더 잘 다져서 더 많은 모델들이 나오는 내년이 좋을 틀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 방침입니다. 고객접점 시스템과 딜러들의 퀄리티를 높이고 역량을 키우는 쪽에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래재단, 고객서비스평가단 제도, 드라이빙센터 등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특히 경영자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한국 기업들에게 글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고, 회원분들의 지혜와 경험을 한 데 모아 스스로의 방향성과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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