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
작성일: 
2013-01-22 오후 6:42:24
조회수: 
3228


2013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가 리더와 함께 새해를 시작했다. 일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국가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들은 이를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행동하지만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조직원들이 기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존경받는 리더의 사례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모색해 본다.


지금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리더십의 새로운 방향을 요구하는 동시에, 대중들은 자신의 리더가 그렇게 실천할 것이라는 낙관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국가 리더에 대한 사전 평가로 상반된 주장들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아랍의 봄이 아직 탄생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그 임무를 완수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 희망의 원천은 외부와의 단절을 통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개방성을 통해 권력을 얻은 대중의 리더십이 이끄는 시대로 변화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미국 정부마저도 중동과 아프리카의 독재 정권에 대한 정책 기조가 군사력 및 외교 압박을 바탕으로 하는 카리스마적 압력에서 해당 국민들에게 휴대폰을 비롯한 정보 기기를 지원해 대중들에게 스마트 파워를 이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가 정치 리더십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기업의 리더십에는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이 국가를 버리는 것보다 직원이 기업을 버리는 것이 훨씬 용이하며, 국가의 소멸보다 기업의 소멸이 더욱 빈번하다. 시장과 경영의 생태계는 세상 변화에 국가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분산 자본주의를 주장한다. 과거에는 자본집약적, 중앙집권적인 엘리트 권력이 조직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개방성에 근거한 수평적 네트워크에 따른 협업 권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의 리더들에게 더욱 큰 변화를 요구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 기업의 성장은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이에 복종하는 팔로어십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기업 리더들은 사회적 변화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시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는 달리 기업은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조직원들이 이를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그 기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조건과 존경받는 리더들의 사례들을 통해 조직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리더십을 모색하고자 한다.

리더가 되려는 강한 의지를 가져라
리더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이 리더가 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이다. 이 같은 질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어리석게 들릴 수 있다. 또한 이미 리더가 된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리더가 받는 압박은 이전에 비해 크게 증대되었으며 앞으로 그 정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게다가 리더로서의 압박을 받으면서 그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팔로어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욱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세상은 모든 사람이 리더일 필요는 없으며 리더가 되려는 것은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리더의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중대한 결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특히 오늘날의 리더는 평생 동안 공개된 무대에서 살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 대기업들의 리더는 일거수일투족이 조직 내외부에 알려진다. 애플의 카리스마적 리더였던 스티브 잡스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전 세계 매스컴과 SNS에 중계되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리더에게 가장 우선적인 질문이 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리더십 컨설턴트인 스티븐 바움이 제시한 다음의 물음들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리더로서 얻게 되는 보상과 만족감이 기존에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 일치하는가, 둘째, 자신이 리더이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더 큰 행복을 얻는다고 확신하는가. 셋째, 리더로서 스스로 조직의 위험에 가장 앞서 노출되고 가장 큰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이상의 질문들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리더들 중 상당수는 이 질문들을 교묘히 회피했다. 하지만 큰 조직의 리더일수록 많은 부분을 대중에 공개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 질문들을 피할 수 있는 공간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비전 제시 통해 조직원을 승자로 만들어라
두 번째로 요구되는 리더십은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행동하도록 해 조직원들을 승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하버드대의 심리학 교수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로 비전을 의미한다.

리더십을 연구하면서 컨설턴트를 수행하는 제임스 쿠제스와 베리 포스너는 전략적 리더, 즉 CEO와 전술적 리더, 이른바 관리자 간의 차이로 시간 지향성을 들었다. 전략적 리더는 조직의 미래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제시해 조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조직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직의 청사진 제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원들은 창조와 책임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조직 성과 및 이에 따른 개인적 성과를 통해 조직원들은 스스로를 승자로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리더가 조직의 비전과 성과보다는 개인적 이익 창출에 몰두하고 조직원들은 리더를 불신하게 되는 기업도 나타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조직원들이 이러한 소식을 내부에서 듣지 못하고 외부의 비판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조직원들이 자신과 자신의 기업을 패배자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물론 귀감이 될 만한 반대의 사례들 역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경영 역사에 충분이 많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설립자 허브 켈러허는 기업 비전을 수립하고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생각한 비전은 ‘도로 위의 고속버스와 경쟁하는 항공사’로서 원가 절감과 고객만족을 기업문화로 정착하고자 했다. 또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져야 고객만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EO를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임원이 되기보다는 화물 담당 부서 직원이 되는 것이다”라는 얘기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유명한 구전이다. 허브 켈러허 자신이 기업 비전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실무자인 직원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화장품 기업 메리케이의 설립자 메리 케이를 들 수 있다. 그녀는 직원들이 승자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기업 성장의 핵심이며, 칭찬하는 문화가 기업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메리 케이는 ‘다른 기업들이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영업조직을 이용하는 반면, 메리 케이는 뛰어난 영업조직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는 통념에서 벗어난 경영 철학일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자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현장에서 기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직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틀린 생각이 아니다.

조직을 통합하고 지지 세력을 만들어라
조직의 비전 제시 및 행동 유도와 연결되는 다음 조건은 조직을 통합하고 내외부의 지지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 스스로가 훌륭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실천한다고 해도 자기편이 없으면 리더의 자리에 올라갈 수 없으며, 운 좋게 리더가 된다고 해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리더는 조직을 통합해 조직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존재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실행 속도가 생존을 좌우하는 오늘날의 기업들에게 조직원의 통합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는 직원들로부터의 지지가 필요하다.
리더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조직원 모두의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가 직원들과 서로 기대하는 바를 공유하고 인간적인 신뢰를 형성하지 못하면 직원들의 고민을 알게 되기는커녕 기본적인 지지 역시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많은 기업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신비주의를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리더의 신비주의는 외부의 대중들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를 믿고 위험을 무릅쓰며 일해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에게 진심으로 조언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기업의 리더가 자신의 조직 혹은 자신의 문제점을 기업 안에서 듣지 못하고 매스컴에서 먼저 듣는다면 스스로의 리더십에 문제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통합의 주요 사례로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들 수 있다. 2002년 취임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61%였다. 그런데 2010년 퇴임 직전의 지지율은 87%까지 올랐다. 그가 리더로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통합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통합을 이끈 그의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수혜자를 만들기 위해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기업에서 어떤 경영 전략을 실행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피해를 입는 직원들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특정 부문으로 자원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다른 부문의 자원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직원들을 어떻게 통합하는가가 리더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조언자들의 진심을 듣기 위해 노력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세종을 들 수 있다. 세종은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경연을 가장 즐겼다고 한다. 경연이란 왕과 신하들의 세미나 방식 회의를 의미하는데, 먼저 경전을 읽고 나면 이와 관련된 국정 사항을 대입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이론과 현실의 접목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은 경연을 통해서 국정에 대한 정보를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했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경연에 임하는 세종의 태도였다. 세종은 신하들에게 경연에서 보다 강직한 발언을 요구했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들도 반드시 참석해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세종 스스로가 회의에서 화를 내지 않으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과연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익숙한 한국 기업의 리더들이 국가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세종에 비해 조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책임의식으로 신뢰를 이끌어 내라
리더가 조직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어지는 다음 요구 조건은 신뢰받을 수 있는가,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조직원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는 리더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며 그의 정책을 실제로 따를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이 요구된다. 그리고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책임 의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리더가 순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려다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사례다. 사고 기간 중 은폐에 급급했던 정부가 사고 이후의 정보 공개에 있어서도 문제를 보이며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의 리더인 간 나오토 총리의 행동은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대책이 힘들었던 원인으로 원자력 안전 보안원의 보고가 늦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것이다.
이후 일본의 한 출판사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12년의 신조어로 ‘간루’가 선정되었다. ‘간 나오토처럼 굴다’ 정도로 해석되는 이 말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고 책임을 지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 리더가 중·고등학생들의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같은 일본에 책임을 강조하면서 존경받는 리더의 사례도 있다. 교세라와 JAL의 전 CEO인 이나모리 가즈오다. 그는 교세라를 성장시키면서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린 존재다. 그 주요 원동력인 아메바 경영은 각 부서의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조직 경영법이다.

그는 교세라의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후 2010년 정부가 파산한 JAL의 CEO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자 수락했다. 이것 역시 책임감 때문이었다. JAL이 또 한 번 파산하면 수만 명이 실직할 것이므로 자신이 나서서 경제 침체기에 있는 일본 경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회생이 힘들 것으로 여겨진 기업의 CEO 자리를 수락한 것이다.
취임 후 그는 JAL의 직원들에게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아메바 경영을 도입해 혁신을 이끌었다. 취임 전 이미 결정된 감원을 실행해야 했을 때는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JAL의 2011년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고, 그 해 전 세계 항공사 영업이익 1위에 올라섰다. 이는 훌륭한 리더에 따라 기업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기업의 리더는 혼자만의 힘으로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없으며, 이는 어떤 시대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특히 조직원들의 힘이 강해지고, 조직 선택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조직원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리더의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많은 분야에서는 특정한 리더 없이 형성된 느슨한 조직들이 기존 기업의 사업에 진입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직 유연성의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존 기업은 이 새로운 형태의 시장 진입자들과 맞서야 한다.
변화 속도가 특히 중요한 오늘날 리더의 선택은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십 혹은 조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리더십을 통한 대응 속도 증진밖에 없다. 물론 현장에서 조직을 실제로 움직이는 조직원들은 전자보다는 후자를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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