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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한류가 新글로벌이다
작성일: 
2013-01-23 오후 2: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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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3








광속의 네트워크 시대에 힘입어 대중문화를 필두로 한 한류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이외에도 문화, 사회,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상품과 가치들이 많다. 문화예술, 전자제품, 경영 혁신 및 신화 창조 노하우, 라이프스타일, 정신 세계 등 세계를 주도하는, 또한 더욱 강력히 세계로 발신해야 할 한류의 주역들을 살펴본다.

01. 한류의 원조, 문화예술
‘동건앓이’나 ‘현빈앓이’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문학앓이’는 어떠한가. 지금 폴란드가 그렇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2011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하는가 싶더니, 2012년에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2012년 봄 최고의 책’으로,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2012년 겨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우리 문학이 한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니 정말 ‘판타스틱’한 일이 아닌가. 

지금까지 한류는 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류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한반도라는 자궁이 키워낸 한류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대중문화라는 성장판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온라인 게임과 만화 등 대중문화의 하위 장르까지 한류가 확산됐으며, 미술과 클래식을 비롯한 순수예술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대중문화 중심이었던 한류가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전통문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아리랑’의 등재에 따라 우리나라는 모두 15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한류의 태동은 1997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욘사마’ 배용준이 등장한 ‘겨울연가’가 일본 안방 극장을 강타하면서 비로소 한류가 동시대성을 얻으며 안착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한류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지역성의 확장이다. 종래에는 아시아권에 머물렀던 한류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뻗어 나갔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한류 1.0’ 시대라면, ‘한류 2.0’은 2010년쯤부터 일기 시작한 K팝이 북미와 유럽까지 위세를 떨치며 주도했다. 아이돌 댄스그룹에서 시작된 K팝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통해 한층 진화되었다.  

이제 ‘한류 3.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욘사마에서 싸이로, 대중문화에서 순수예술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진화해 온 한류가 과연 어떤 지도를 그려낼까. 명실상부한 글로벌 한류 시대를 꿈꾸는 가운데, 이제는 가로가 아니라 세로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왔다. 양적 팽창 대신 질적 성장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02. 세계 최강 ‘Made in Korea’
2012년 10월부터 1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중국, 일본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9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공통 답변은 ‘전자제품’이었다.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가 이미지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국가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글로벌 기업의 선전이 1위를 차지했다. 그 선두 기업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 노트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삼성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며, 삼성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의 모습.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삼성은 2011년까지 6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또한 아시아, 유럽, 북미에 이어 전자제품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로 통하는 일본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삼성 스마트폰의 위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를 ‘디지털 한류’의 견인차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성과는 신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차별화를 통한 제품 리더십 구축이라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현대기아자동차 또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빅 5 시장으로 불리는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디자인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2011년 말 현대자동차 판매가 2010년 대비 50.2%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의 i30 모델은 유럽 시장에 출시된 신차를 대상으로 매년 최고의 모델을 선발하는 ‘2013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중국, 북미, 인도, 유럽 등에서 현대자동차가 약진하고 있는 데는 각국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전략이 한몫했다. 

전량 수입했던 제품을 새롭게 가공해 종주국에 역수출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대표적인 게 정유 산업이다. 올해 정유 업계에서는 기념비적 사건이 벌어졌는데, 전통적으로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치고 수출 1등 공신으로 우뚝 솟았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의 경질유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 놀라운 일은 정유사의 수출 다변화 노력과 고도화 시설에 대한 공격적 투자 덕분에 가능했다.

커피믹스와 밀가루, 라면, 자장면 등도 역수출 상품의 대표적 사례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선택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책임감이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


03. 새로 부상하는 한국 의료, 관광, 교육
80년대 학번들에게 남이섬은 대학시절 MT의 추억이 어려 있는 추억의 장소다. 하지만 지금 남이섬은 과거 속에 갇혀 있는 공간이 아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남이섬이 한류 열풍을 타고 관광 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열린 지금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역시 한류였다.
이제 드라마 촬영지를 구경하던 단순한 관광이 특수한 목적을 지닌 관광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우선 얘기할 수 있는 게 ‘K뷰티(K-Beauty)’다.

K뷰티는 K팝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K팝에 심취한 외국인들은 자연스레 아이돌 스타의 화장법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것이 한국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돌리게 했다.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뷰티 업체들의 계약 상담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를 이어 나가려면 차별화된 상품 전략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인들의 국내 유명 메이크업 아카데미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에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배우면 중요한 이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뷰티 유학이 새로운 한류 풍속도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도 메이크업 아카데미와 손잡고 뷰티 프로그램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달라진 관광의 양상으로 또 하나 손꼽을 수 있는 게 의료 분야다. 관광하러 왔다가 겸사겸사 진료까지 받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의료 수준이 높아진 덕분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는 정부의 신성장동력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의료 관광은 일반 관광에 비해 몇 배의 외화를 쓰기 때문에 개별 병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이는 비단 양의학뿐 아니라 한의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한의원의 메카로 부상 중인 서울 명동에는 일본에서 내원한 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세계 20위권으로 그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 관광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슬로시티1)처럼 고품격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 자원을 다원화해야 할 전환점에 서있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로 대변되는 높은 교육열과 이른 새벽부터 강연에 참석하는 기업 경영자들의 모습은 세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방송에서 한국 교육을 부러워하는 말을 하는가 하면 뉴욕 할렘의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스쿨은 한국식 교육의 장점을 도입하는 등 한국 교육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04. 한국 기업, 글로벌 경영의 교과서 되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적 기업들을 ‘롤 모델’ 삼아 줄기찬 도전을 해온 한국 기업들이 이제 외국 기업들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동반 추락하자 불황에 강한 한국 기업을 분석하고 배우려는 열기마저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이 선두주자로 나섰고, 얼마 전 세계적 여행 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에 의해 7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상’을 받은 인천국제공항도 한국 기업이 롤 모델을 추월한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게 몇몇 대표적 기업의 ‘성적’에 의해 주도되어 왔던 우리 기업의 한류 열풍은 최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아시아의 거부들이 삼성전자,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에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문에 국한됐던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이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류의 또 다른 지지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인기는 비단 아시아권에서만 확인되는 건 아니다. 캐나다 유력 경제지 캐나디안비즈니스는 ‘2012년 승자와 패자(Winners & Losers 2012)’란 랭킹 기사에서 한국이 2012년의 승자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글로벌 슈퍼 파워로 등장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잡지는 “한국 기업들이 2012년을 지배했다”면서 “삼성전자는 애플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저스틴 비버를, 현대자동차는 혼다를 물리쳤다”고 놀라워했다. 특히 “한국 브랜드들은 저가, 저품질의 모방꾼에서 이제 세계적인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반세기 전 최빈국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에 감탄사를 던지는 데 그쳤던 세계의 시선이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국의 기업을 배우자’로 방향 선회를 한 셈이다. 이제 숙제는 시선이 바뀐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이다. 아울러 한류의 열풍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 활성화로 어떻게 이어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05. 한국식 경영 혁신, 세계로 발신한다
1990년대 세계 출판계는 일본식 경영 비결을 탐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제는 한국식 경영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 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 기업과 경영의 강점을 분석한 ‘타이거 매니지먼트(Tiger Management)’ 같은 책이 발간되었고, 세계 최고 권위의 경영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삼성 성공의 패러독스’라는 주제의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기업의 경영은 어떤 모습일까. 서로 성격이 상반된 요소를 결합해 특출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한국 기업의 모순된 모습은 빛나는 성과로 이어졌고, 불황의 늪에 동반 추락한 세계 기업들은 ‘한국식 경영’에서 열쇠를 찾고 있다.

그들이 눈여겨 볼 한국식 경영 혁신 기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13년 연중기획에서는 대표적인 경영 혁신 운동으로 손꼽히는 ‘초관리 운동’, ‘헥사곤 경영’, ‘TCS(Total Customer Satisfaction : 총체적 고객만족)’, ‘신경영’ 등을 예로 들어 ‘경영 혁신 한류화’의 가능성을 점쳐 볼 예정이다.
먼저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해 확산된 삼원정공의 초관리 운동은 고차원적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 운동으로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근무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양질의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홈플러스그룹의 헥사곤 경영은 하버드대 강연에서 극찬을 받았던 경영 기법이다. 창조, 차별화, 혁신 역량, 협력, 사회공헌이라는 6개의 축으로 문화경영, 나눔경영,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TCS는 고객만족경영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경영 기법이다. 기업들이 모든 활동을 고객 관점에서 전사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TCS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한국산업의고객만족도(KCSI : Kore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가 21년 동안 수행되는 과정에서 보다 선행적인 고객만족경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 KCSI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 정도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평가하는 국내 대표적 고객만족도 조사로, 미국의 ‘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보다 2년이나 앞서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영 혁신 단초를 제공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의 신경영은 ‘양 위주의 경영에서 질 위주의 경영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경영 혁신 운동으로 1993년 선언 이후 삼성을 세계 1위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구심점이 됐다.


06. 한국의 창업 魂, 기업가정신
기업의 평균수명을 30년이라고 했을 때 한국의 기업들 중 평균수명을 넘겨 장수 단계로 넘어간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 대기업들도 3대 경영체제를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역사성까지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상징성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창업자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기업은 창업주의 경영 스타일과 정신(혼)에 의해 각기 다른 색깔과 발전 과정을 거쳐 왔다. 따라서 본지는 한국의 기업정신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의 창업 혼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 한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들의 특성이 드러날 것이고, 이것이 ‘한국 기업 한류’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경영 스타일은 전통적 유교 덕목을 중시하는 문화 위에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받은 관리 방식 그리고 한국 특유의 뜨거운 교육열 등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고, 대다수 대표 기업에서 그런 공통된 특성이 드러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 색깔은 조금씩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가 일본식 경영 시스템을 받아들인 기업이었으나 이건희 회장이 미국식 경영을 접목하면서 삼성 고유의 하이브리드 경영을 꽃피웠다. 하나의 한국식 경영의 DNA를 탄생시킨 것이다.
수십 년 전 창업주의 정신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창업 혼’의 중요성을 기업들이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킨십 경영을 통해 도전 정신을 강조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의 뜻은 신입사원 수련회에서의 씨름 이벤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통 행사는 ‘디지털 시대’에도 유효한 ‘아날로그 정신’으로 변하지 않는 전통인 것이다. 이런 한국적 기업문화가 세계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를 고민해 보는 일은 한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07. 국가 신화 창조의 비밀
반세기 전, 5000년 역사의 한국은 국권 상실의 아픔과 전쟁의 상흔으로 모든 것을 잃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국가였다. 원조를 받지 않고선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불과 50년 뒤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0년 고도 압축 성장으로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OECD 회원국이 되었다.

경제성장의 모범 사례가 된 한국을 뒤따르고 싶은 저개발국들은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가전 전시회인 IFA에서 전시장 안내 방송을 한국어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비단 경제성장만이 한국의 신화 창조는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에서 ‘신화 창조’로 진화한 한국의 성장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다방면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K팝과 문학으로까지 이어지며 수출 품목에 ‘문화’가 포함되는 체험을 하게 된 지금, 우리는 ‘한국적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신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세계 경제와 문명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지는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고도성장의 성공 사례이자 문화와 전통까지 수출하는 국가가 된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가치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따라서 주변 국가 혹은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국가 브랜드를 어떻게 상향조정할 것인가가 미래 전략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문화, 전통, 역사, 생활, 예술,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브랜드화하고 세계화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08. 해외로 수출하는 공공 부문 노하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류를 이끌어낸 한국의 저력은 공공 부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과 수자원 에너지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녹색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부상한 원자력발전의 경우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의 초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최초로 따내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세계 원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한국 원전 기술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지난 30여 년에 걸친 지속적 원전 건설을 통해 축적된 풍부한 건설 경험과 우수한 운영 실적, 원전 인프라 구축, 월등한 가격 경쟁력 등이 세계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기록됐다.
공공 부문에서의 이러한 한류 바람은 건설 인력의 현지 파견으로 부가가치 효과를 거둠은 물론 제2의 중동 붐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의 공공 부문 기술력은 다양하게 수출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여러 나라와 도로, 공항, 항만 등 주요 SOC 시설 건설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중국, 중남미 등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수자원 기술의 경우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캄보디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와 국토 개발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한 첫 사례란 점에서 의미가 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세계가 인정한 원자력 기술력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 수준을 넘보고 있다. 정부 또한 국가 에너지 사업의 R&D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 지원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한류의 한 분야로 자리잡을 예상을 낳고 있다.

09. 세계에 스며든 한국식 라이프스타일
막걸리 맛에 반해 막걸리 카페까지 연 핀란드 여성이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 핀란드 여성은 한국의 토속적인 음식을 토종 한국인보다 더 즐겨 먹어 프로그램 방영 당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여성의 입맛이 독특하기 때문은 아니다. 이미 비빔밥이나 불고기 같은 음식이 한류 대열에 들어선 지 오래다. 막걸리는 아직 일본의 사케나 중국의 마오타이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발효주라 건강에 좋고 맛도 좋아 당당히 세계화 반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푸드(K-Food)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김치를 위시한 발효 식품이다. 발효 식품은 유익한 미생물이 증식하면서 몸을 이롭게 하는 식품으로 한국에서는 고추장, 된장, 젓갈 같은 음식이 대표적이다. 식물성 단백질이 많아 해외 유명 요리 잡지에도 그 우수성이 자주 소개되고 있으며 건강식으로 우리 발효 식품을 일부러 먹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접근하기 힘들지만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게 발효 식품의 매력이다. 이런 발효 식품이 한류의 음식 문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서구인의 입맛과 교감할 수 있는 국제적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음식과 더불어 한국식 라이프스타일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 즉 의식주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는 게 발효 식품으로 대변되는 음식 문화라면 또 다른 꼭짓점에는 한복이 있다.

패션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한복을 들고 파리에 갔던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한복을 ‘코리아 기모노’라고 불렀을 정도로 한복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그러나  모던한 현대 의상과 접합하는 등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 덕분에 이제 한복은 ‘한복(Hanbok)’이라는 고유명사가 됐다.
그러한 성과는 프라다, 구치, 루이비통, 드리스 반 노튼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무대에 선보이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휴 잭맨,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유명 인사들이 한복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는 것도 그런 현상을 증명해 준다. 한복은 아직 한류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계화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 특유의 온돌 문화도 세계인의 관심권에 들어 있다. 온돌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중국이나 중앙아시아에서는 온돌을 고급 주택에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신축 건물의 상당수에 온돌이 설치될 정도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전통 정원 역시 가든 디자이너 황지해 씨를 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황 디자이너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2년 연속 수상해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과 철학적 배경을 널리 알렸으며 정원 문화의 종주국인 영국마저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한류의 뿌리로 한글과 태권도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한글과 패션을 접목시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한류가 한글 배우기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태권도는 외국에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한국을 홍보한 한류의 원조로 전 세계 태권도 인구는 1억 명에 이른다. 한국식 라이프스타일은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배태된 블루오션이다.


10. 아시아 시대, 한국의 정신세계
국내 화가들이 해외 갤러리의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바로 서예다.
서예 체험 교실이 열리면 무릎을 꿇고 앉아 진지하게 글씨를 쓴다고 한다. 서예를 캘리그래피의 하나로만 인식할 줄 알았는데 참으로 뜻밖이다.
그들은 이미 서예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동양적 가치관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서예가들이 해외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여는 것도 서예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함께 정신적 아름다움을 경험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
한류 3.0 시대를 맞았다. 신한류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류라는 거대한 나무가 가지를 뻗기 위해서는 뿌리를 튼튼히 키워 줄 정신적 자양분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언급할 수 있는 게 한국학이다. 한국학이란 글자 그대로 한국을 탐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한국인에게 한국학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지만 외국에서는 국가 브랜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외의 한국학 연구는 초기에는 동서 냉전 이데올로기의 완화 여파로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외교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붙었다. 그리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고 할 수 없는 한국학이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는 건 역시 한류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 알고자 하는 외국 학생들이 한국학 강좌에 관심을 보이게 되자 이와 맞물려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학 연구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한류가 해외 한국학 연구의 양상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학에 관한 연구와 논의는 전통 사회의 문화와 철학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 율곡 이이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한국의 종교 사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일고 있다. 따라서 “한류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려면 경제적 가치를 떠나 우리의 전통과 민족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한 한국학자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신한류를 맞는 우리의 자세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고전적 기준에 기대는 대신 한국인이 지닌 장점을 창출해 내는 지혜로 모아져야 한다. 그것이 신한류 시대를 맞는 신경제의 해법일 것이다. 

** 지속가능한 한류
한류의 역기능을 주의하라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한류’를 떠올린다고 한다. 국가 이미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중국, 일본 등 9개국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한류 및 한국 이미지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외국인 약 66%가 “한류가 4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건 ‘획일화된 콘텐츠’와 ‘지나친 상업성’이라고 한다. 또한 유럽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공감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꿔 말해 ‘한류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상업성보다 진정한 문화 전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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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한류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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