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베식 ‘퍼붓기’ 경제 정책 과연 성공할까
작성일: 
2013-01-22 오후 6:25:48
조회수: 
1378



2012년 12월 16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그 주역은 아베 신조 차기 총리다. 극우 성향인 그에 대해 국내에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 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같은 그의 외교·안보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듯 하다. 그러나 더 심각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금융위기의 뇌관을 품은 퍼붓기식 경제 정책이다.

차기 총리가 될 아베 신조의 외조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의 중국 침략 본산이었던 만주국에서 그림자 총리로 활동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이다. 그는 2차 대전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형무소살이까지 한 인물이다. 이것이 아베 총리를 ‘뼛속부터 극우'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러한 출생과 그동안의 경력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베의 극우적 외교, 안보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그의 공약 중에는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등 과거사 관련 담화 수정, ‘다케시마의 날’의 국가 행사 격상, 센카쿠에 공무원 상주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헌법을 개정해 국방군을 설치하고 군비를 확장하겠다며 재무장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고 있다. 아베의 등장으로 동북아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제한 자금 공급으로 경제회생 시도
하지만 한국이 더 심각하게 지켜봐야 할 대목은 아베 차기 총리의 경제 정책이다. 그의 경제 공약은 한마디로 ‘무제한 자금 공급을 통한 경제회생’으로 집약된다.
일본 경제는 정부가 2012년 10월 경기 판단을 3년 반 만에 ‘악화’로 내릴 정도로 최악이다.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GDP는 마이너스 3.5%를 기록했다.
아베 차기 총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행을 통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재정을 투입해 도로, 교량, 항만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공공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중앙은행과 재정 양쪽을 모두 동원해 ‘퍼붓기’ 자금 공급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선거 승리 후 아베 차기 총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경제회생이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의 극우적 정책은 사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높은 만큼 정권 초기부터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더구나 현재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참의원 선거가 2013년 7월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려면 상반기 내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놔야 하는데, 당장 시급한 것이 경제회생이다.

우선 재정 부문에서 10조 엔 규모의 추경예산안 마련에 착수했다. 빠르면 2013년 1월 중 추경예산이 마련돼 동일본 대지진 복구, 방재, 도로 및 교량 보수와 신설 등 토목 공사에 집중 투입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 시절 재정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세출과 국채 발행 한도도 철폐해 버렸다. 민주당 시절에는 연간 세출 규모를 국채이자 상환액을 제외하고 71조 엔으로 국한해 왔다. 또 국채 발행액은 연간 44조 엔으로 상한선을 묶었다.

중앙은행까지 간섭하며 양적완화 확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에 달하는 국가부채 비율 때문에 일본의 재정 상황은 선진국 최악 수준이다. 더 이상 세출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했다가는 가뜩이나 불안한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 차기 총리는 이 같은 문제점은 무시한 채 일단 퍼붓기부터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는 관행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선거 전부터 공약으로 일본은행법을 고치겠다고 공언하고, 집권 후에는 자신의 경제 정책에 순응하는 인물로 총재를 교체하겠다며 일본은행을 압박했다. 일본은행이 공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 엔저를 유발하고 경기를 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2012년 12월 20일 일본은행은 자산매입기금 증액 형식으로 10조 엔(약 128조 원)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국채, 회사채, 주식연계증권(ETF), 부동산연계증권(REIT) 등을 매입하며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자산매입기금을 91조 엔에서 101조 엔으로 늘렸다.

물가상승률 목표를 현재 1%에서 2%로 올리기 위한 검토 작업에도 착수했다. 아베 차기 총리의 경제회생을 위한 무제한 자금 공급 공약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아베노믹스’ 실패 시 주변국에도 치명적 
아베식 퍼붓기 경제 대책이 제대로 일본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세수도 확대돼 재정이 다시 튼튼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자민당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재정 퍼붓기 2가지 사안은 모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근린 궁핍화 정책’을 통한 자국 경제 살리기가 아베식 경제 대책인 셈이다.

무차별 양적완화는 엔저를 유발해 궁극적으로 선진국 간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외환시장 분석보고서에서 2013년을 ‘엔화 약세의 해’로 규정했다.
엔 약세는 한국에게는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엔 약세가 한창 진행된 2012년 11월 한 달 동안의 한·일 양국 대표 기업 주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토요타가 16% 상승하는 사이 현대자동차는 11% 하락했다. 신일본제철이 18% 오른 반면 포스코는 11% 주가가 내렸다.
엔 약세는 또 모처럼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미국에게도 치명적 악영향을 가져온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역시 공격적 양적완화로 나설 경우 세계 금융 시장은 또다시 통화전쟁으로 빠져들게 된다. 선진국 간 통화전쟁은 고스란히 신흥국의 피해로 전가된다.

아베식 퍼붓기 경제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인 공공투자 확대는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금융위기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아베가 일본의 부채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만약 재정이 회복되지 않고 지출만 계속한다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국채금리 상승, 일본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 등 금융위기의 전형적인 모습이 잉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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