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총기 규제에 성공할까
작성일: 
2013-02-13 오후 5:45:56
조회수: 
1286



매년 크고 작은 총기 사건을 겪는 미국이지만, 지난해 말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는 희생자의 대부분이 6~7살 어린이였다는 점에서 그 충격의 여파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이후 정치권과 여론조사 결과가 총기 규제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총기 규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14일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사건은 미국 전역을 분노와 충격에 몰아넣었다. 오전 9시 30분쯤 학교에 침입한 범인 애덤 랜자는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6명을 살해한 후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샌디훅 총기 참사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보였고, 이후 총기 규제 입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장관들을 만나 공격용 무기판매금지법 부활을 포함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규제 여론 확산에도 법안 통과 가능성 희박
샌디훅 참사를 계기로 미국 정치권이 총기 규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희망과 회의가 공존하는 듯하다. 먼저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 과거와는 다르게 총기 규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 분위기가 확산되는 점을 들고 있다.
사건 직후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엄격한 총기 규제에 찬성을 표했다. CBS 방송 조사에서는 57%가 총기 규제에 찬성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의 3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샌디훅 사건이 국민 여론을 크게 변화시켰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과거 총기 보유 옹호를 주장한 정치인들도 점차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총기 옹호론자이자 전미총기협회(NRA) 회원인 조 맨신 웨스트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이 총기 규제에 대해서 변화 입장을 천명했고, 공화당 소속인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학교, 병원, 교회, 경기장 등의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규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미국 총기 규제 역사를 보면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1934년 전국무기법으로 시작된 미국의 총기 규제는 1968년 무기규제법, 1986년 무기소지자보호법, 1990년 학교지역총기금지법, 1993년 권총폭력예방법 등으로 꾸준히 시도되어 왔지만 항상 결론은 실효성 없는 규제법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1994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주도로 공격용 무기판매금지법이 통과되어 반자동식 총기 19종과 11발 이상의 탄환이 들어가는 탄창 판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이후 총기 제조업자들은 기존 디자인을 수정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했고, NRA의 강력한 로비에 넘어간 의원들은 규제 대상에서 과거 구입한 총기를 제외해 버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기 규제에 대해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면서, 1994년 민주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에게 하원 다수당 지위를 빼앗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공격용 무기판매금지법은 2004년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연장을 거부해 자동 소멸되게 되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2004년 소멸된 공격용 무기판매금지법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연 2014년 중간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총기 규제에 적극적으로 찬성할지도 미지수이다.    

특유의 총기 정서와 NRA 로비가 걸림돌
결국 국민 여론이 총기 규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총기 사건이 날 때마다 규제 여론이 뜨거워지면 총기 사재기만 부추기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총기 옹호 입장이 커지는 것이 반복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합리성을 이해하려면 미국 국민이 총기 소유에 지닌 정서와 NRA의 로비력을 함께 봐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의 수는 2억 7000만 정이 넘어 국민 1인당 1정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러한 총기 소유는 미국 헌법(수정헌법 2조)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미국인은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새로 출범하는 미국 정부 군대가 자신들의 자유와 기본권을 유린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개인의 무기 소지 및 휴대권을 법률로 명시한 수정헌법을 낳게 된 것이다. 또한 서부개척 시대에 총기를 사용해 원주민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했으므로 미국인들, 특히 농촌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총기가 자유와 개척정신의 상징물로 각인되어 있다.
또한 남북전쟁 이후 일반 시민들에게 올바른 소총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1871년에 결성되어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NRA는 회원수만 420만 명이 넘는 막강한 로비 단체이다. 1975년까지는 어느 당파와도 관련 없는 비정치적 단체였지만 이후 총기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막대한 자금을 정치권에 쏟아 부었고 현재는 미국 선거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패한 이유 역시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NRA가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한 과거 총기 보유 옹호론자였다가 은퇴 후에 반대로 돌아선 밥 미첼 전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당시 NRA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기 소지에 찬성한 사실을 고백한 적도 있다.
샌디훅 참사 이후 지난해 12월 23일 NRA는 어떠한 새로운 총기 규제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총기 규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NRA의 CEO인 웨인 라피엘은 오히려 모든 학교에 총과 경찰관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강력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총기 규제 관련 법안 작성을 주도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은 평소 총기 소유에 반대하는 소신을 밝혀 NRA와 수십 년간 갈등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어서 향후 발표될 정부 대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 안을 넘어 과연 이번에는 미국 정치권이 NRA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실효성 있는 법률안 통과를 이뤄낼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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