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엔 약세 밀어붙이기에 고민 빠진 아베 정권
작성일: 
2013-02-19 오전 10:25:55
조회수: 
1419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최고위직들이 지난 1월 중순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엔저 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다음 날 바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인사도 있었지만 이들의 발언으로 인해 엔화 환율은 춤을 추었다. 이를 두고 일본 외환 시장 주변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 역시 엔 약세를 계속 추진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엔화 약세가 지나치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진다.”(1월 15일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담당상) “과도한 엔 약세는 일본 산업과 기업에 부정적이다.”(1월 15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 “현재 엔화는 과도한 강세에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1월 16일 아마리 경제재정담당상)

엔화 약세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1월 중순,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최고위직 인사들이 엔화와 관련해 쏟아낸 발언들이다. 통상 환율 시장에 대해 관련 부처의 관리들은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관례이다. 정부 정책 방향과 시장 전망 등이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럽다. 자칫 환율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면 다른 나라로부터 ‘시장 개입’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 정권은 이런 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총리 본인이 집권 전부터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풀겠다”는 비상식적 말을 할 정도이다.

그런데 발언 내용도 오락가락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격인 아마리 장관은 엔 약세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더니 이튿날 바로 이를 뒤집었다. GDP 세계 3위의 거대 경제권을 이끄는 경제 및 재정 담당 총 책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고위직 엔저 반대 발언에 해석 분분
연 이틀 쏟아진 일본 최고위직 인사들의 발언으로 엔화 환율이 춤을 춘 것은 당연했다. 1월 15일 아마리 장관과 이시바 간사장 발언으로 급등세로 돌아섰던 달러당 엔화 값은 16일 다시 하락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18일에는 2년 7개월 만에 90엔대로 떨어졌다.
엔화 값은 지난해 9월 24일 77.57을 기록한 이래 3개월 이상 줄곧 하락세를 보여 왔다. 단숨에 16% 이상 절하된 상태였으니 시장 참여자들이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였다. 문제는 일본 고위층들이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무슨 이유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하고 나섰냐이다.

일본 외환 시장 주변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우선 아베 정권이 엔고 해소를 최대 목표로 삼았지만 지나친 하락세가 초반부터 펼쳐질 경우 추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이른바 ‘속도 조절론’이다. 하지만 곧바로 발언을 뒤집는 아마리 장관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아베 정권 내의 의견 충돌설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 회생을 위해 기업 실적 개선, 소비심리 회복 2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돼 임금을 올리고 민간 부문에 돈이 흘러들어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 기업들이 겪어온 ‘6중고’ 중 최대 현안인 엔고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 민간에 돈이 흘러가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이를 은행에 쌓아놓기만 한다면 소용이 없다. 투자와 소비로 돈이 돌아야 경기가 살아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만성적인 디플레 심리 때문에 쉽지 않을 일이다. 이 같은 심리 상태를 바꾸려면 우선 주식 시장을 끌어올려 분위기를 북돋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도 역시 엔고 수정이다.

엔 약세로 수출 기업은 화색, 국민은 울상
그러나 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있다. 엔 약세를 위해 돈을 풀면 금리도 상승한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실제 엔 약세가 진행된 지난 4개월간 일본 내부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우선 기업들은 최악의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며 화색이 완연하다. 경영 위기에 빠진 샤프는 비록 분기 실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캐논의 경우 올해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3200억 엔에서 3900억 엔(4조 6000억 원)으로 22% 상향조정했다.

자동차 업체인 마쯔다도 2012 회계연도의 영업이익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250억 엔보다 80%나 급증한 4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2011년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마쯔다는 수출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올해 엔화 값이 달러당 85엔만 유지해도 채산성이 급속도로 회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밖에 올해 평균 엔화 값이 달러당 89엔, 유로당 119엔을 유지할 경우 토요타는 영업이익이 2750억 엔(약 3조 2450억 원)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소니도 각 412억 엔과 780억 엔씩 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오는 3월 말까지 엔화 값이 달러당 85엔, 유로당 115엔 수준을 유지하면 일본 295개 주력 기업의 2012 회계연도(2011년 4월~지난해 3월) 경상이익이 2011 회계연도 대비 6%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초 예상치는 3.5% 증가였기 때문에 엔 약세만으로 2.5%포인트 이상의 이익 증가 효과를 보는 셈이다.
반면 일본 국민들의 생활은 엔 약세 때문에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에너지청이 발표한 보통 휘발유 소매 가격은 1월 15일 기준으로 1ℓ당 150엔(1770원)으로 치솟았다. 8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이는 엔 약세로 인해 100%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도입 가격이 오른 결과이다. 등유도 18ℓ당 1759엔으로 전 주 대비 39엔 오르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자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해 오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의 1월 둘째 주 가격은 8580엔으로 한 주 만에 6.3% 상승했다.

일본 외부에서의 시선도 싸늘하다. 엔 약세는 미국, 유럽, 한국 등 상대국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의 강세이자 수출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며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국제 금융 시장에 유동성 과잉을 초래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부의 정책을 매우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수출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히 밝힌다.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IMF 원칙에도 반한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쯤 되자 아베 정권 내에서도 엔 약세에 대한 경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상반기 동안 지속적인 엔저를 유도하며 경제 회생을 도모할 것인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보살필 것인가. 아베 정권은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3년 2월호 -

첨부파일: 
임금 인상 압박까지 나선 아베 정권
새로운 주거 스타일, 소셜 아파트
회사소개
이메일회원
문의
미디어
자료실
위원회
사이트맵
검색센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