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청렴, 제도가 아닌 문화로 정착돼야
작성일: 
2013-02-08 오후 7:53:18
조회수: 
2336





“개인이 청렴하고, 조직이 청렴하고, 회사가 청렴하기 위해서는 특정 제도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청렴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하는 문화로 청렴이 정착돼야 합니다.” 손종하 실장은 청렴의 문화적 정착을 가장 강조한다. 아무리 제도를 체계적으로 갖췄어도, 문화로 정착되지 못하면 청렴활동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많고, 지속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한국공항공사 감사실 손종하 실장을 만나, 공사가 지향하는 청렴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지호 기자 / njh@kmac.co.kr

M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종종 기관을 방문하게 되는 A업체 B씨는 가끔 점심시간이 겹칠 때마다 영 불편한 게 아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식사 한 끼 같이 하는 것에 늘 부담을 느끼는 기관 직원들이 항상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사실 좀 과장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반부패 활동이 강화되면서 공공기관 직원들과 식사 한 끼 같이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로 어떤 기관에서는 직무관련자(민원인 및 이해관계자)와 아예 식사 자체를 같이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기관이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고, 우리 기관 직원들은 절대 그럴 일 없으니, 점심식사 정도는 양심에 맡기자고 하기에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한 때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직원들은 늘 자신은 청렴하고 떳떳한데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에 항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무관련자들과의 점심식사는 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공식적으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청렴식권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청렴식권은 구내식당 및 인근식당과 연계해 부서별로 지급된 ‘특별 식권’이다. 직무관련자들과 업무를 하다 식사시간이 되면 이 식권을 갖고 가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개인 돈이 들지 않아서 좋고, 직무관련자도 부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어 반응이 매우 좋다. 더욱이 식권의 이름처럼 ‘청렴’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나의 작은 예지만, 이 청렴식권제도 속에 한국공항공사가 추구하는 청렴문화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경직되고 수동적인 제도에 의해서 이뤄지는 청렴이 아니라, 직원들이 즐겁고 능동적으로 청렴을 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청 렴 은 경 영 의 ‘ 근 본 ’ 이 자 ‘ 자 산 ’ 이 며 ‘ 투 자 ’ 다

‘청렴TF팀’은 이러한 공사만의 바람직한 청렴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씨앗을 제공하는 조직이다. 2009년 신설된 이팀은 공사가 지향하는 청렴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팀의 수장이 바로 손종하 실장이다.
손종하 실장은 ‘청렴’에 대해 “공사의 경영활동에 있어 가장 근본이자, 가장 큰 자산이며,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말한다.

“청렴식권제도를 운영하면서 다른 기관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식권을 제공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 예산은 다 어떻게 충당하냐는 것이었어요. 그럼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예산 마련을 걱정하기에 앞서, 우선 그것을 투자로 보라고 말이죠. 그리고 한마디 더 합니다. 기관의 이미지 강화를 위해 외부광고도 집행하고 홍보활동도 하는데, 거기에 드는 예산에서 아주 일부분만 이 청렴식권제도에 사용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그 효과는 외부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욱 크다고 말이죠. 청렴문화 확립을 위해 드는 돈을 아까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투자를 해야 합니다. 청렴에 대한 투자가 결국 경영활동에 대한 투자이고, 지속성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청렴TF팀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 역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계기가 됐다. 팀이 조직되기 전에도 청렴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지만, 그때는 인식 자체가 청렴을 한 부분으로 보았을 뿐, 공사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인식을 하지 못했었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전체 65개 공기업 중 우리 공사가 58등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참담한 성적표였죠. 당시 조사 과정에서 부패사례가 3건 적발된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성적표를 받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해오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봤죠. 그래서 내린 결론이 청렴을 문화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부족했고, 청렴에 대한 투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결론을 갖고 사장님하고 상임감사위원님을 찾아가 청렴을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청렴이 경영활동의 한 부분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경영이 있고 성장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청렴TF팀입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청렴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죠.”

공사만의 ‘청렴골든벨’을 울리다
“청렴TF팀을 조직하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좀 거쳤어요. 그동안 한 부분으로만 인식했던 청렴을 공사 전반으로 확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죠. 그래서 처음에 실시한 것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청렴교육 캠페인이었습니다. 우선 경영진에서 청렴에 대한 분위기를 리드하면서 직원들이 조금씩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었죠.” 청렴교육 캠페인을 통해 우선 청렴활동에 불씨를 당긴 청렴TF팀은 다음 단계로 공사 전반의 문화로 청렴을 확대해 나가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점을 둔 것은 직원들이 직접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문화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청렴을 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 운영했어요. UCC, 글짓기, 포스터, 표어 등 다채로운 청렴 콘테스트를 마련해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면
서 자연스럽게 청렴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죠.”

“그 중에서 특히 청렴골든벨 행사는 청렴문화를 공사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가져왔습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직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청렴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고민하다, 청렴골든벨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처음 청렴TF팀을 조직했을 때만 해도 다소 경직되고 마치 감시를 받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청렴골든벨 행사를 보면서 이제는 청렴을 모두가 하나의 즐거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청렴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와 공감을 바탕으로 최근 공사는 각 공항에 속해 있는 상주기관, 협력업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클린 에어포트 캠페인’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서로 좋은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면서 공사에 속해 있는 모든 식구가 차별화된 청렴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 향상에 기여해 나갈 터
지난해 한국공항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3년 연속 청렴도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아 대한민국 최초 청렴선도기관에 선정됐다. 2008년 최하위권에서 이제는 많은 기관들이 공사의 청렴문화를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공공기관의 청렴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청렴도가 높아진 덕분인지, 경영성과도 2011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109개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청렴도 향상은 공사의 경영성과나 각종 평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직원들 모두가 청렴활동에 참여하고 공감하면서 공공기관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청렴문화를 확고히 정착한 것이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한국공항공사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청렴문화 확산에 적극 매진하여 국가청렴도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방침이다.


- 출처 : 월간 혁신리더 2013년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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