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C 콘텐츠

  • NEWS ROOM
  • BIZ & INSIGHT
  • ISSUE & TREND

KMAC 컨텐츠

KMAC는 각종 정보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고객센터
  • KMAC 컨텐츠
  • 경영메신저

경영메신저

  • 불황의 경영학 ⑥ 핀란드

  • 첨부파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9/07/16

  • 만성적으로 우울한 경제 상황, 높은 실업률로 대표되는 유럽 국가를 들라고 하면 대부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는 국가는 핀란드이다. 이웃 나라 러시아에서의 수주 감소, 제지 산업의 쇠퇴, 노키아의 몰락 등으로 2012년부터 경제지표는 매년 하락 추세에 있다. 반면 사회보장액은 EU 내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부의 재정적 부담 요인이 되고 있으며 부채 또한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지난해 말 기준 9.2%로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때문에 핀란드는 유럽의 병자로 치부되는 굴욕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판란드가 직면한 불황의 원인과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등생에게도 슬럼프는 있다


    불황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나라들이 있다. 북유럽의 국가들이 대표적인데 핀란드도 그 중 하나다. 실제로 핀란드는 20여 년 동안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노키아와 같은 국가 대표 기업이 추락하면서 1990년대 대불황 이후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혁신과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핀란드는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의 대불황 이후 20여 년 동안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며 불황 극복의 성공적인 모델로 여겨져 왔다. 과거 불황에 직면했을 당시 EU 가입을 통한 시장의 확대와 오랜 기간 국가 재정을 압박한 사회보장비 등의 재정 지출 삭감을 단행하고, 동시에 민간에서는 노키아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투자와 육성을 통해 휴대폰 시장의 리딩 기업을 만들어 냄으로써 불황 극복을 실현해 냈다.

    여기서 우선 핀란드가 불황에 처했던 2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1980년대 후반까지 높은 성장을 이루던 핀란드 경제는 1991년을 기점으로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다. 실업률이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데, 1990년 3.2%였던 실업률은 불과 3년 만인 1993년 16.3%로 급등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가 처음으로 겪는 침체 국면이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의 위기 대처는 현명했다. 자국 통화인 마르카의 하락을 기회로 삼아 핀란드가 보유하고 있는 수출품을 적극적으로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판매했고, ​​IT에 중점적 투자를 추진하던 당시 산업 정책에 발맞추어 민관 협력을 통한 IT 인재 양성에 나섰다.

    그러면서 과거 주력 산업이던 제지 산업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대신 노키아로 대표되는 휴대폰 사업을 축으로 하는 전기·광학·기계 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이러한 정책은 불황 극복의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불황 극복의 경험은 약일까, 독일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핀란드 정부는 어떻게 IT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20세기 들어 처음 불황을 겪고 있던 핀란드 정부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한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먼저 재정 건전화를 통한 지출 삭감이다. 구체적으로 불필요한 정부기관의 통폐합과 지자체의 통합을 들 수 있다.

    당시 핀란드에서는 유사 공공기관이 산재해 있었고 국토 면적에 비해 많은 지자체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나가는 것을 불황 극복을 위한 첫 단추로 여기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통합을 통해 국고 지출금의 삭감을 이루어 냈다.

    쉽지는 않았지만 가장 필요했던 부분의 구조개혁을 추진한 덕분에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핀란드 정부의 국고 지출은 감소했다. 특히 오랫동안 재정적 부담 요인이던 사회보장 관련 국고 지출금의 감소로 인해 1990년대 후반부터는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물론 이러한 핀란드의 경기회복이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와 IT 투자도 있었지만 민간기업의 성장도 불황 극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기업이 노키아다. 노키아는 핀란드가 불황에서 벗어나 유럽의 우등생으로 불리며 경기회복이 한창이던 1998년부터 2011년까지 휴대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휴대폰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업 중의 하나인 노키아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모바일 시장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기계의 성능 경쟁에서 운영체제(OS)의 주도권 싸움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키아도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영국의 심비안을 인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장의 흐름은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양강 체제로 굳혀졌다. 결국 시장에서 밀려난 노키아는 2012년 1분기,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전성기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핀란드의 호황도 노키아의 추락과 함께 서서히 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노키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직원들의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노키언’으로 불리던 수많은 직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들에 대한 실업급여는 핀란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노키아의 추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 실업급여 등 정부 지출 증대 그리고 지역 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대립은 핀란드가 또 한 번 불황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노키아가 추락하고 정부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핀란드 내의 여론은 사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1990년대 초반의 불황 극복 성공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경험이 반드시 핀란드 국민들의 위기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키아와 같은 국가 대표 기업의 추락에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는 상실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야말로 불황 극복의 경험이 새로운 불황이 직면했을 때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 핀란드 정부 내에서도 스스로를 ‘유럽의 병자’로 부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불황의 치유약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5~6년간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핀란드는 10%를 넘는 실업률 등의 이유로 EU 국가들로부터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핀란드는 과거 제지기업에서 휴대폰 사업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던 노키아처럼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혁신’과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어 버린 혁신을 또 다시 키워드로 내세우는 것만으로 핀란드도 이제 한계에 달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흔한 혁신도 그 내용에 따라 단어의 원래 의미 그대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핀란드가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IT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지원과 혁신 기술 교육에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경기회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기성장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불황 극복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전 국민의 1%에게 인공지능(AI) 교육을 실시한다는 정책이다. 인공지능의 개발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핀란드는 과거 노키아가 휴대폰 기술로 시장을 주도한 것처럼 인공지능 분야의 니치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다만 중국, 독일, 미국과 같은 인공지능 대국과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이들과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바로 인공지능 전문가의 적극적인 양성이다.

    즉 핀란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키를 돌렸다. 인구의 1%, 약 5만 5000명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의 기초를 가르치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학교 교육과 직업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인공지능의 노하우를 전수하여 인공지능의 이용과 응용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게다가 이 교육은 단순히 핀란드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핀란드 사람들도 온라인을 통해 수강할 수 있도록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주도권은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리터러시(Literacy) 역량이 국가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단기적인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보다는 인재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대 AI거버넌스센터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해와 활용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적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에 기반한 페이스북의 태그 기능과 넷플릭스의 추천 기능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그 기술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정치가들조차 인공지능 기술의 범용성과 능력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기술 개발 대국인 미국에서조차 보급보다는 규제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고 있다.

    핀란드는 바로 이러한 인공지능을 둘러싼 환경에 주목해 기술 개발보다는 기술을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확대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로봇 수술 기계가 개발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외과의사가 없으면 그 로봇은 인명을 구하는 데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러한 본질에 주목해 핀란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진정한 불황 극복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불황 속에서 지켜야 할 3가지 원칙


    대체로 기업들이란 불황에 직면하면 공격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이 되고 도전적이기보다는 신중해진다. 그러나 피스카스는 불황 속에서의 규모의 확대라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실현했다. 그것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첫째, 경기가 어려울 때 가격 인하라는 차선책을 선택하지 않고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선보여 제품의 질로 승부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꼭 닫혀 있다는 이유로 가격을 낮추거나 대중화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면 왜 우리 기업은 가격대를 그대로 유지하는지 당당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 납득시켜야 한다.

    둘째, 불황 속에서 의욕을 잃고 있는 경쟁사들의 심리를 이용한 전략을 펼쳤다. 도산이 증가하고 언론에서 연일 위기감을 조성하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움츠리게 된다. 바로 이때야 말로 성장의 기회임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한데, 피스카스는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셋째, 종업원에게 안심감과 믿음을 주는 것이다. 흔히 불황기에 기업이 종업원들에게 공격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바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종업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눈치 보거나 움츠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즉 어려운 상황일수록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참여할 것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실패와 슬러시의 성공이 시사하는 것


    핀란드 북부 도시 오울루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IT기업들의 성지이자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술 혁신 도시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상당수는 노키아가 경영 악화에 처하면서 해고된 기술자들이다. 노키아의 정리해고가 실시된 지 이미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실업자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핀란드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에 재취업을 하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실업급여로 인해 재정 부담이 커지자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Basic Income)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2년간 시범 실시를 추진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2000명의 실업자에게 매월 560유로(약 68만 8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것이다.

    이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제도 도입 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창업에 뛰어들 것인지, 또 실업급여 시스템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자유시간을 공부나 재취업 준비에 활용할 것인지 등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비관론의 승리였다.

    그런데 기본소득 제도 실험이 실패로 끝난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불황 극복의 새로운 대안이 떠올랐다. 그것은 본 글로벌 기업을 양성하는 스타트업의 축제인 ‘슬러시(Slush)’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보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창업과 기회의 공유라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대중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대중들은 기본소득과 같은 안전망보다는 도전적인 슬러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 슬러시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핀란드가 실험적으로 추진했던 기본소득 제도와 슬러시를 통한 스타트업 지원 제도를 비교해 보면 불황 속에서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명확하다. 말에게 물을 먹여주는 것과 같은 보호망이 아니라 물을 먹는 법을 가르쳐 주는 기회의 제공 혹은 도전 장치가 더욱 많은 공감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무너질 기업은 빨리 무너져야 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무너질 기업은 빨리 무너져야 한다. 그것이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때 휴대폰 시장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했던 노키아가 2009년 적자로 전락했을 때 해외 언론은 핀란드 정부가 노키아를 어떻게 살릴지 주목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의 재건에 나서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소 냉혹해 보이는 원칙, 즉 ‘민간기업은 자신들이 그 해결책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정부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키아 살리기 대신 핀란드 정부가 추진한 것은 본 글로벌 기업 등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정책이었다. 그 덕분인지 노키아의 전직 직원이 일으킨 스타트업의 수는 1000개에 달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래된 것을 구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밀어주는 핀란드의 정체성이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핀란드의 독특한 철학과 원칙은 기업의 자생력을 강하게 만들었고 핀란드의 스타트업들이 경제 상황과 무관하다는 듯 여전히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9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