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9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시애틀이 아닌 다른 지역에 제2본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2본사 건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워 관심 있는 도시의 유치 신청을 받았다.
5조 원이 넘는 돈이 지역 경제에 흘러들어올 뿐 아니라 억대 연봉을 받는 일자리가 5만 개나 그 지역에 생기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북미의 238개 도시에서 아마존 제2본사 유치전이 펼쳐졌다.
아마존 제2본사 선정 배경, 인재 확보
이때 몇몇 도시는 아주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령 뉴저지주 뉴어크시는 당시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가 직접 나서서 아마존이 온다면 10년간 7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웠다.
캔자스시티 시장은 아마존에서 1000개의 상품을 산 다음에 모두 별 다섯 개를 주면서 ‘왜 아마존이 캔자스시티에 와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댓글을 남겼고,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시의 시장은 시 명칭을 아마존시로 바꾸겠다고 했다. 또 텍사스주 댈러스시에서는 휴스턴과 댈러스를 잇는 150억 달러짜리 초고속열차를 건설해 주겠다고 하는 등 수많은 지역 정부에서 다양한 조건을 내세웠다.
어느 도시가 선정될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난해 1월 아마존은 238개의 후보지를 20개 도시로 좁혔다. 다시 한 번 어느 도시가 최종 아마존의 선택을 받을지에 대해서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11월 아마존은 제2본사로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크리스탈시티 두 지역을 선정했다.
롱아일랜드시티는 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 맨해튼을, 크리스탈시티는 수도인 워싱턴DC를 강 건너에 두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미국 언론은 사실상 아마존이 맨해튼과 워싱턴DC에 제2본사를 두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원래 제2본사에서 5만 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지만 두 군데에서 각각 2만 5000명씩 나눠서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제프 베조스 CEO는 두 곳이 아마존의 혁신을 도울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혀 ‘인재 확보’가 제2본사 입지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시사했다.
아마존을 걷어찬 뉴욕, 유치한 버지니아
뉴욕과 버지니아의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던 아마존 제2본사 이슈는 올 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지난 1월 버지니아주 상원의회는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포함한 인센티브 법안을 통과시켜 아마존 진출을 가속시켰지만 뉴욕주에서는 정치인과 지역 단체가 아마존의 제2본사가 들어오는 것을 강력하게 반발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뉴욕주 정치인들은 아마존 본사 설립을 왜 반대한 것일까. 이들은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서면 일대 교통 혼잡이 심각해지고 집값이 폭등할 수 있으며 학교 등 공공시설이 부족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또 외부 유입에 의해 지역 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통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정치인은 올해 29세의 정치 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이다. 아마존 뉴욕 제2본사 설립에 가장 앞장서 반대 진영을 이끈 정치인으로 부각된 그에 대해 일부 언론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고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대중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그는 아마존이 뉴욕 본사 철회를 발표한 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오늘은 헌신적인 뉴요커들과 그의 이웃들이 아마존의 탐욕, 노동자 착취,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제프 베조스 CEO)을 물리친 날”이라고 일갈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아마존의 뉴욕 제2본사는 현재 공식적으로 무산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뉴욕주민의 다수는 아마존 뉴욕 진출 취소를 잘못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시에나칼리지에서 뉴욕주 등록 유권자 7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이 롱아일랜드시티에 제2본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뉴욕주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67%로 높았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제프 베조스 CEO가 뉴욕시 5번가에 고급 맨션 3채를 구입했다고 보도했고 뉴욕포스트는 “아마존이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지역의 신축 빌딩 임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뉴욕 본사 의지가 여전하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아마존 뉴욕 제2본사 취소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연일지 아니면 일부 언론의 분석처럼 뉴욕 본사 추진이 다시 진행되는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