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해 온 ‘국제 분업’이라는 가치사슬이 변화를 맞고 있다. 미국은 공동화된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자국 기업을 최우선하는 보호무역주의를 택했고, 그에 따른 미중 무역 분쟁과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세계의 공장’ 중국은 과거의 매력을 잃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기술의 진보와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의 출현도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 GVC)’의 변화를 촉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새 틀 짜기에 돌입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패러다임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본다.
달라지는 글로벌 가치사슬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자유무역 체제가 구축되면서 국가 간 교역뿐 아니라 생산의 분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구체적 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영국의 고전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는 약 200년 전 양복과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 영국과 포르투갈의 생산성을 비교했다. 우선 노동 투입 시간을 보면, 영국은 양복과 와인을 만드는 데 각각 100시간, 120시간이 필요했고 포르투갈은 그보다 적은 각각 90시간, 80시간이 소요되었다.
이것을 생산성 측면에서 분석하면, 영국은 양복을 만드는 데 더 적은 노동이 필요하므로 와인보다 양복의 생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와인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양복 제조로 돌리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영국과는 반대로 와인의 생산성이 양복의 생산성보다 더 높다.
리카도는 이러한 비교우위에서 국제 무역이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일명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실제로 당시 영국은 포르투갈에 양복을, 포르투갈은 영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완전 경쟁에 따른 비교우위론으로는 더 이상 국제 무역을 논할 수 없게 되었다. 국적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에 중간재를 보내 최종재를 생산하는 형태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 GVC)의 출현이다. 가치사슬은 제품이 개발되어 소비자에게 인도되기까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일련의 과정이며 글로벌 가치사슬은 이 가치사슬이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국가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 체계를 의미한다.
‘게임 체인지’의 서막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은 세계 무역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선진 기술 습득이라는 수혜도 누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요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은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다. 대외 의존적인 무역 구조의 고착화로 인한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 요소의 공급이 원활한 나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기지를 다시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리쇼어링을 통해 세계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 정책을 앞세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중이다.
리쇼어링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웃소싱 기업을 가까운 지역에 두어 권역별 생산 체계를 형성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나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 떠나는 뉴쇼어링(New-shoring) 등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이미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를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HP 등이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겼고 삼성전자는 27년 만에 중국 내 휴대폰 공장을 완전히 폐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의 중국 철수에 대해 세계 제조업 센터 중국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저렴한 인건비와 13억의 거대 소비 시장이라는 이점이 점차 빛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임금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올라간 데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자국 제품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 부담마저 생겼다.
최근 애플도 중국 내 아이폰 생산 시설을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인 애플이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내지 않는 관세를 부담한다며 자주 언급했는데, 지난 9월에는 트위터를 통해 애플에 “세금을 내지 않는 쉬운 해결책이 있다. 중국 대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며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그동안 견고하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이 약 60년간 분업을 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해 왔는데, 여기에 교란이 발생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넘보고 있는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들 수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과 한국 산업의 대응’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 무역의 높은 성장세를 이끌던 글로벌 가치사슬이 이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은 세계 주요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국내 산업 및 혁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의 가치사슬은 로봇, 3D프린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원천 기술이 접목되면서 구조가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정보통신 혁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지식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지금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이동이란 측면에서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IoT와 인공지능 등이 결합된 가상 물리 시스템(CPS)은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해외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돕는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보고서 ‘스마트 제조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서 “스마트 제조가 활성화되면 스마트 제조 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연결성을 강조하는 스마트 제조 생태계에서는 기술 및 데이터의 활용에서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스마트 제조 표준 설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글로벌 가치사슬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고 국내 생산에서 수입 중간재의 비중이 높다. 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전후방 연계 모두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에서 전방 연계는 자국이 해외로 기여한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후방 연계는 자국의 생산을 위해 수입된 외국의 기여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전 세계에서 중간재가 모이는 생산 기지의 측면이 강하므로 후방 연계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에 전후방에서 적극 참여해 온 우리나라는 그 변화에 따른 위협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달라진 글로벌 생산 및 투입, 수요 구조로 인해 해외 수출의 GDP 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5% 내외로 비교적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우진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글로벌 가치사슬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새로운 정보통신 산업에서 소요되는 중간재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새로이 전개되는 하이브리드형 분업 체제 아래서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가치사슬의 플랫폼과 핵심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의 지배가 경쟁력의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우리 기업은 플랫폼과 디지털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 향상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 장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의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첨단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사슬 구축(Up- to-dateness),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한 미래 먹거리 대비,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통한 협업의 가치 증대 등 이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Up-to-dateness-빈그룹미중 무역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해 중국을 빠져나온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국가 중 하나가 베트남이다. 미국의 델 컴퓨터, 일본의 닌텐도와 샤프, 아식스, 대만의 폭스콘 등이 중국 공장을 폐쇄 또는 축소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준비 중이며 애플도 새로운 아이폰 생산 거점으로 베트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기업들이 베트남을 선택하는 것은 저렴한 인건비 외에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첨단 제조업 기술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이 베트남에서 고부가가치 수출의 최고 공급원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매체인 VOA(Voice of America)는 최근 ‘메이드 인 베트남 신발과 옷?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해 보라’라는 표제로 이러한 베트남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를 다뤘다. 베트남이 2007년 WTO에 가입했을 당시에는 섬유, 의류 및 신발류가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 그 무게중심이 가전을 비롯한 IT 분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경영 컨설팅회사인 데잔시라&어소시에이츠(DSA)의 수석 부사장인 맥스필드 브라운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간의 전문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이제 전자제품 생산 허브로 널리 인식되고 있고 앞으로 몇 년간 산업이 두 배로 확대될 것이며 베트남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46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억 달러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가운데 SK그룹은 최근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지난해 9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 7000만달러(약 53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빈(Vin)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최대 민간기업 빈(Vin)그룹은 베트남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베트남 언론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빈그룹의 올해 상반기 총 수익은 지난해 대비 1.3% 증가한 26억 5000만 달러(약 3조 2197억 5000만 원)를 기록했는데 세후 순이익은 1억 4200만 달러(약 1725억 3000만 원)로 지난해 대비 무려 89.5%나 증가했다.
이러한 빈그룹의 수익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과 전기자전거, 자동차 같은 기술 집약형 사업 분야다. 이들 사업은 지난해 대비 4배나 증가한 1억 1200만 달러(약 1360억 8000만 원)의 매출을 가져갔다.
현재 48개의 계열사와 관련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빈그룹은 선두 기업답게 베트남 4차 산업혁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첨단 기술 기반의 가치사슬을 구축하며 새로운 도전들을 연이어 시도 중이다.
첨단 기술 기반 가치사슬에 도전빈그룹은 지난해 8월, 정부 및 학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차세대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변신 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스마트폰 사업으로, 빈그룹은 이미 지난해 말 스페인의 BQ를 인수해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BQ는 스마트폰, 3D프린터 및 로봇 분야 장치 개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스페인의 제조기업이다.
빈그룹의 스마트폰 분야 자회사 빈스마트(Vinsmart)가 BQ의 지원을 받아 하이퐁 딩부에 설립한 베트남 최초의 스마트폰 공장에서는 100명 이상의 BQ 엔지니어가 빈스마트의 엔지니어와 협력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빈스마트의 이름으로 출시될 새로운 스마트폰 제품 ‘V스마트’의 테스트에 들어갔으며 다음달 곧바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12월에는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시작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빈그룹은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차세대 원자재 연구를 담당하는 빈테크(Vintech)를 빈스마트에서 별도로 분리하고 빅데이터 연구소도 설립하는 등 스마트폰 제조를 위한 가치사슬도 재구축했다.
이러한 지원 덕분인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이지만 빈스마트는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빈스마트의 베트남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올해 4월 기준 약 2%로 알려진다.
각각 30%와 20%를 훌쩍 넘는 업계 1위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의 점유율에는 비견할 수 없지만 화웨이 5%, 샤오미 3.8%, 비보 2.3% 등과 비교했을 때는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 6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빈스마트는 새로운 화웨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출시 6개월도 안 돼 이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빈스마트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다. SA는 빈스마트를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라 지칭하면서 애플을 제치고 단숨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오른 화웨이에 견주었다.
실제로 빈스마트는 하이퐁에 이어 수도 하노이에도 제2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신규 건설될 하노이 빈스마트 공장의 면적은 15만㎡로 기존 하이퐁 딩부 공장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빈스마트는 이러한 시설 확충을 통해 내년까지 1억 25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연간 생산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저가 스마트폰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보다 수익성 있는 가치 위주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특히 내년 4월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메이드 인 베트남’ 5G 스마트폰 론칭도 예정되어 있다.
이를 위해 빈스마트는 지난 6월, 5G 관련 기술기업인 미국의 퀄컴, 일본의 후지쯔 커넥티드 테크놀로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V스마트’ 브랜드로 생산될 최초의 ‘메이드 인 베트남’ 5G 스마트폰에는 에너지 절약, 방수 및 5G 안테나 시스템 등을 위해 퀄컴의 스냅드래곤 5G 모듈 플랫폼이 적용될 예정이다.
빈스마트는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주요 기술 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최첨단 기술, 미적 디자인 및 적절한 가격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글로벌 가치사슬에서도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빈스마트가 5G 스마트폰 개발에 성공하면 베트남은 5G 장비를 제조 및 공급하는 선도 국가 목록에 추가될 것이다.
퀄컴 테크놀로지 라이선싱의 부사장 겸 총괄책임자인 존 한은 베트남 모바일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이러한 전략적 제휴에 대해 “빈스마트의 비전을 가속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차세대 스마트 기기회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빈그룹은 최근 ‘베트남의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빈테크시티’를 하노이에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G 기술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최신 기술 연구와 개발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빈테크시티는 연구개발은 물론 사업화까지 가능하도록 기술 생태계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응우옌 비엣 꽝 베트남 빈그룹 CEO(부회장)는 한 인터뷰에서 “인재와 기술 기업이 모이는 시작점이자 국내외 기술 공동체를 위한 혁신으로 가득 찬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빈그룹의 새로운 도전들은 베트남 국가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외국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이 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로 중국에게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물려받은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로서 성장해 가는 가운데, 그 중심에 빈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빈그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Re-shoring-혼다1948년 일본인 혼다 소이치로가 설립한 글로벌 자동차 및 모터사이클 제조회사 혼다. 1959년 세계 최대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가 되는 등 모터사이클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도 토요타, 닛산과 함께 일본 3대 자동차 브랜드로 꼽힌다.
혼다는 현재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18개 국가 34개 지역에 자동차 제조 공장 및 관련 시설을 두고 있으며 세계 10위권에 포함되는 완성차업체이다. 자동차 누적 생산 대수는 1963년 첫 생산을 시작한 이래 54년 만인 지난 2016년 1억 대를 돌파했다.
최초의 완성차인 스포츠카 S500과 경트럭 T360을 출시한 1963년 바로 그 해에 혼다는 벨기에에 이륜차 제조공장도 설립했다. 일본 자동차회사로는 최초의 유럽 현지 생산시설이었다. 이후 1971년에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의 아테사에 오토바이 제조공장을, 1985년에는 영국 남부 윌트셔의 스윈던에 자동차 제조공장을 세워 운영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도 활발한 생산 및 판매 활동을 벌여 왔다.
그런 혼다가 지난 2월, 영국 스윈던 공장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2021년에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철수 계획에 대해 브렉시트로 인한 탈영국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사장은 “브렉시트와 관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이노우에 혼다 유럽본부 사장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생산망 구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면서도 영국 공장 폐쇄가 브렉시트보다는 생산지 구조조정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윈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혼다의 주력 모델 ‘시빅’은 공장 폐쇄를 계기로 차기 모델로 전환될 계획이다. 스윈던 공장의 생산대수가 지난해 약 16만 대로 생산능력의 6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고 유럽 내 혼다의 시장점유율이 고작 0.8%에 불과한 상황에서 공장 철수는 예견된 해외 생산망 조정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리쇼어링,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응영국을 대신할 새로운 생산 기지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일본의 아베 총리도 자국 기업들의 본국 귀환, 즉 ‘리쇼어링’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에 기반한 국가 전략 특구를 지정해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한편 지자체별 투자 보조금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혼다는 베트남과 홍콩에 있는 오토바이 생산기지 일부를 이미 일본으로 옮겼고 도쿄 인근에 300억 엔을 투자해 30년 만에 자국 내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외에도 다양한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자국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토요타는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렉스터RX를 후쿠오카 공장으로 옮겼고 2017년에는 미국 인디애나에서 생산하던 캠리 물량 일부를 아이치 공장으로 이전했다. 또 닛산은 2017년 북미에서 생산하려던 캐시카이 물량을 일본 공장으로 옮긴 데 이어 올해는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엑스트레일을 규슈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 중이다.
이들 완성차업체들의 리쇼어링은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6년 920만 대, 2016년 969만 대, 지난해 978만 대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편 이러한 리쇼어링이 일본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엔화 약세로 인한 수익구조 변화 등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자동차 업계의 장기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첨단 기술이 필수인 미래차는 값싼 노동력이나 판매 시장보다는 기술 연구 인력의 확보, 부품 업체 등과의 협업, ICT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등 저임금 국가에서 회귀하는 사례가 대부분인 리쇼어링이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럽, 북미 등 선진국들로부터 나타나고 있는 점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 준다.
여기에 차량 공유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가치가슬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리쇼어링 확대의 이유로 지적된다. 즉 미국, 유럽 등에서는 우버와 같은 공유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 잠시 빌려 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를 만들어 생산 국가와 그 인근 지역에서 판매하던 방식이 일정 부분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울산에 친환경자동차 핵심부품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고 발표하면서 현대모비스와 함께 중국에 진출했던 관련 기업들이 국내로 일부 복귀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고착화된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침체되어 있던 국내 자동차 업계에 작게나마 활력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Near-shoring-나이키선진국들의 제조업 회귀 정책은 스마트 제조의 도입으로 인해 가능하게 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첨단 제조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나 독일의 인더스트리4.0은 가치사슬에서 제조 부문의 리쇼어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의 아디다스는 독일 정부, 아헨공대와 함께 3년 이상 공을 들인 준비 끝에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토리’라는 운동화 제조공장을 2017년 건립했다. 독일 내에서 아디다스 운동화가 마지막으로 생산된 1993년 이후 무려 23년 만의 회귀였다.
신발 제조는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산업이다. 그래서 대부분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나 중국 등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아래 생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이러한 인력의 문제를 스마트 제조로써 해결했다.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는 스피드 팩토리에 투입되는 현장 직원 수는 공장 유지 보수와 관리 직원을 제외하면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적어도 600명이 필요했던 공정을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대체해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러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스마트팩토리이고 리쇼어링의 모범 사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재 및 부품기업 20여 개가 참여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한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연결한 것은 다름 아닌 정보통신 기술이었다.
이브시몬 글로이 아헨공대 교수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대기업 공장을 지능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피드 팩토리 프로젝트에는 “아디다스 외에도 소프트웨어, 센서, 프레임 제작업체 등 20여 곳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니어쇼어링을 통한 긴밀한 협업스피드 팩토리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디다스의 경쟁사 나이키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속에서 혁신을 모색해 왔다. 나이키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니어쇼어링’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로버트 핸드필드 교수는 대학의 SCRC(Supply Chain Resource Cooperative) 사이트에서 나이키가 어떻게 고객 맞춤형 대량 생산(Mass-customization)의 세계로 이동했는지에 대해 나이키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나이키는 전자상거래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세 가지 수준의 맞춤화를 구상했다. 첫 번째는 15~20개의 선택이 가능한 맞춤형 신발이다. 가격은 약 200달러나 되었지만 일부 고객들은 전혀 미적 감각이 없는 신발을 디자인했다.
두 번째는 4~6개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다 단순하고 빠른 생산이 가능했다. 이 모델을 통해 주문되는 신발은 대체로 2주 이내에 생산을 완료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서브 7(Sub-7)’이라고 불리는 보다 표준적인 모델이었다. 약간의 맞춤화와 개인화를 제공하지만 기본 아이템의 재고가 있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 및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문에서 배송까지 최대 7일이 걸렸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나이키는 맞춤형 신발을 대량 생산하고 니어쇼어링을 통해 생산 기간을 단축하는 데 중점을 둔 ‘제조 혁명’을 위해 미국에서 가까운 멕시코의 제조업체 플렉스(Flex)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브 7 방식에는 완제품 및 구성품 재고를 가져와 일부 개인화를 입히는 작업이 포함되었으며 생산 품목은 신발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용품들이 추가되었다. 그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엘리트 양말’이라는 스포츠 양말이 있다. 이 양말은 기본 디자인에 숫자와 이니셜, 색상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이러한 개인화를 통해 원래 20달러였던 양말은 35달러에도 잘 팔리게 되었다.
이후 나이키는 주문 리드타임을 6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 위한 또 한 번의 가치사슬 혁신을 추진한다. 원래 나이키는 예상되는 ‘미래 주문(Futures Order)’에 따라 몇 달 전에 신발 생산 계획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566개의 공장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생산한 13억 개(Units)의 제품을 75곳의 물류센터를 거쳐 전 세계 190개국에 있는 3만 개 이상의 소매점으로 배송해야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이키는 다양한 프로세스와 기술 혁신을 결합해 리드타임을 83.3% 단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에 대해 나이키의 COO 에릭 스프렁크는 “공급망 전체(End-to-end)를 디지털화하고 리드타임이 짧은 모델을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12만 5000평방피트 규모의 혁신적인 제조시설인 APCC(Advanced Product Creation Center)를 통해 제조 단계를 30% 줄이고 기존의 50%에 해당하는 인력만으로 신발 외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이키는 많은 제품을 독립적으로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는 제조업체와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플렉스와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협업해 니어쇼어링을 추진함으로써 운송비와 수입 관세, 초과 생산 위험을 감소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이키의 니어쇼어링 사례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이 대세가 될 4차 산업혁명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기술과 프로세스 혁신뿐 아니라 전통적인 공급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 라이파이(Li-Fi) : 발광다이오드(LED)가 방출하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가시광 무선통신(Visible Light Communication : VLC)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