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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 Case Study] 패러독스 경영의 대표주자, 머크

  • 첨부파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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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다른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이는 모든 경영자의 고민이다. 하지만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저서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이 상황 자체를 부정한다.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패러독스 경영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주자인 제약회사 머크(Merck)의 사례를 소개한다.

    머크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 스트렙토마이신을 제조원가에 공급했다. 당시 일본에는 결핵이 만연해 있었는데 패전 후라서 사람들이 아파도 약을 살 돈이 없었다. 제약 산업에 있어 제조원가는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R&D 비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가에 공급한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머크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머크는 일본인들로부터 고마운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몇 년 뒤 일본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로 성장한다.
    저원가와 차별화, 창조성과 효율성처럼 얼핏 양립하기 힘든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 방식을 ‘패러독스 경영’이라고 한다. 핵심 이념과 돈벌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도 패러독스 경영의 일종인데, 이는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이라고 저자는 간파한 것이다




     
    같지만 다른 2개의 회사


    머크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68년 창업자 프리드리히 야콥 머크가 독일 작은 마을의 약국이던 엥겔 파르마시를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의 일이다. 약국이라고 했지만 지금과는 형태가 달랐다. 당시는 금, 진주, 도마뱀과 같은 희귀한 소재들이 약효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이후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제약업도 제대로 된 산업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머크는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189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머크가의 후손이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그렇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미국 정부에 자산을 몰수당하며 독일 머크와의 관계가 끊어졌고 이후 미국 기업으로서 새롭게 출발한다. 독일에도, 미국에도 머크가 있는 셈이다.
    두 회사는 협약을 통해 북미 지역(미국 및 캐나다)과 기타 지역에서 명칭을 구분해 쓰기로 했다. 미국 머크는 북미에서는 머크, 기타 지역에선 MSD(Merck Sharp & Dohme Corp.)라고 쓰고 독일 머크는 북미에선 EMD 케미컬스, 기타 지역에선 머크라고 쓴다. 따라서 한국 머크는 독일 머크와 관계가 있고 한국 MSD는 미국 머크와 관계가 있다.
    짐 콜린스가 이야기한 기업은 미국 머크이다. 이 회사는 2017년 기준 종업원 6만 9000명, 매출액 40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본사는 뉴저지에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시력이라는 선물(Gift Of Sight)’이란 동상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긴 나뭇가지를 앞쪽에서는 소년이, 뒤쪽에서는 어른이 들고 있는데 어른의 눈은 감겨 있다. 어린 아이가 맹인을 이끌고 어딘가를 가는 모습이다. 곱슬머리와 옷차림으로 봐서 아프리카 사람인 듯하다. 이 동상이 건립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크를 세상에 알린 선행


    당시 국제 협력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던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토양에서 미생물을 추출해 머크에게 넘겨주었다. 머크의 연구원이던 윌리엄 캠밸 박사는 이 미생물을 기반으로 ‘이버멕틴’이라는 브랜드의 강력한 동물용 구충제를 만들어 냈다. 동물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것은 1981년이었다.
    막상 써 보니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효과를 나타냈다. 회충, 편충, 구충 등 장내 기생충뿐 아니라 사상충 등 체내 기생충, 진드기, 이, 구더기 같은 체외 기생충까지 효과를 발휘했다. 게다가 안전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아스피린, 페니실린과 더불어 ‘3대 기적의 약’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사상충 가운데 회선사상충은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든다. 주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먹파리라는 흡혈 파리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성충이 인체에 10년간 생존하고 성충이 낳은 알이 혈관을 타고 신체를 돌아다니다가 각막에 도달하면 실명한다.
    머크는 1987년 이버맥틴을 사람에게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을 따냈다. 주 사용자는 아프리카 주민들. 그런데 그들은 이버맥틴을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료로 아프리카 지역에 뿌렸다. 그 결과 2015년까지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을 봤다.
    머크는 ‘의약품은 이윤이 아닌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머크를 이끌던 조지 머크 2세는 이미 1950년대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우리 회사가 지지해 온 원칙을 종합적으로 결론짓고자 한다. 우리는 의약품이 환자를 위한 것임을, 그리고 인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익 자체는 부수적임을 기억하는 한 이익은 저절로 따라다닌다. 이러한 점을 잘 명심할수록 이익은 더욱 커졌다”.
    1987년에 행한 과감한 의사결정은 이후 머크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7년 연속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록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오늘날의 애플과 비교할 수 있다. 애플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굳이 비유해서 말하자면 오늘날 애플만큼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는 머크였다는 이야기다. 이버맥틴을 개발한 오무라 교수와 캠밸 박사는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면서 머크의 선행은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위기 속 머크의 대응


    머크라고 해서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성공의 순간에 오르면 자만심이 생겨난다. 이때 겸손함을 잃게 되면 순식간에 무너지는데, 이 또한 기업이건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약이던 의료비 삭감 정책을 전개했다. 그 일환으로 약품 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제약기업에서 정부 통제 항목으로 넘어갔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R&D 비용이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약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형 M&A를 전개했다.
    당시 글락소 웰컴과 노바티스 등 대형 합병회사가 탄생하면서 머크의 순위는 자연스럽게 3위로 밀려났다. 게다가 전립선염 치료제인 프로스카의 판매 부진으로 1994년 주가가 1992년 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기를 느낀 머크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리더를 영입했다. 그가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이다.
    혁신적, 획기적인 개혁보다는 정도경영을 추구한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머크를 부활시킨 CEO로 칭송받았다. 특히 외부 영입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실적 향상에 급급하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 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2004년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의 안전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다. 1999년 탄생해 당시까지 8400만 명이 투약했던 약품이다. 머크가 갖고 있는 여러 약 중에서 매출 기준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블록버스터 제품이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18개월 이상 바이옥스를 복용한 사람에게서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두 배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머크는 자진해서 바이옥스를 전량 회수했다. 회사의 주가는 45달러에서 35달러로 떨어졌고 시가총액 중 250억 달러가 사라졌다.
    결국 길마틴 회장은 물러나고 후임자로 리처드 클락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인 셰링프라우를 49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다가 2011년 회사의 정년(65세) 규정에 따라 리더의 자리를 케네스 프레이저에게 물려준다. 바이옥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소송 합의금이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프레이저의 노력으로 인해 절반 수준인 48억 5000만 달러로 사건을 해결한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위기와 기회는 반복된다. 앞서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서 머크를 성공 사례로 꼽은 짐 콜린스는 후속작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는 어려움을 겪은 기업으로 머크의 사례를 꼽는다. 그리고 그나마 머크는 다행이라고 설명한다.



     

    위대한 기업의 비밀, 이익과 핵심가치


    짐 콜린스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이 침몰하는 것은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5단계로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에 이른다. 그나마 머크는 위험에 빠졌을 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성공의 반열에 들어선 예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머크는 포춘이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기업(Change the World)’ 2위에 올랐다. 에볼라 백신 덕분이다. 2014년 이 병이 아프리카에 창궐했을 때 무려 1만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지난해 5월 발병 시에는 사망자 수가 33명에 불과했다. 병균의 확산도 초기 감염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발병 지역인 콩고 보건 당국과 WHO의 대응이 빨랐다.
    물론 머크의 백신도 큰 역할을 차지했다. 보건 당국자는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거의 전원에게 백신을 투여했다. 새로운 백신과 면역 전략이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른 전염병을 퇴치할 실마리를 제공하길 기대하고 있다.
    머크는 그 동안 에볼라 신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과거 에볼라 유행의 대혼란 속에서 신약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자선 차원에만 약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백신 개발 경험을 습득해 다른 파급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에볼라 백신 자체는 경영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이 전반적 R&D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제약회사 순위를 매겨 보자.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머크, 사노피 등이 꼽힌다. 이 중 노바티스나 사노피는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예이고 화이자나 로슈는 각각 비아그라, 타미플루라는 대형 상품의 출현이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머크의 저력이 대단함을 실감할 수 있다.
    초일류 기업에 있어 이익과 핵심가치는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얼마든지 동시에 추구가 가능한 개념이다. 2011년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는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가(How great companies think differently)’라는 글에서 위대한 기업은 목적 있는 성과를 추구하는데 이윤 창출은 당연한 것이고,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역할이 결국은 핵심가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많은 경영 사상가나 교수들도 한결 같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윤과 핵심가치는 양립할 수 있다. 핵심가치를 추구하면 이윤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사업 중에서 큰 이윤을 창출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우리의 핵심가치는 이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러한 고민을 해보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9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