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C 콘텐츠

  • NEWS ROOM
  • BIZ & INSIGHT
  • ISSUE & TREND

KMAC 컨텐츠

KMAC는 각종 정보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고객센터
  • KMAC 컨텐츠
  • 경영메신저

경영메신저

  • [경제산책] 구독경제를 구독하라

  • 첨부파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21/02/05

  •  

    동네마다 음반 가게가 자리한 시절이 있었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음반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고 테이프는 손에 없지만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다. 음반 가게는 앱으로, 테이프는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 음악은 ‘소유’하던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상품을 ‘구매’하던 행위는 서비스를 ‘구독’하는 행위로 바뀌었다. 소유경제에서 구독경제로의 전환이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사전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다.구독경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문, 우유, 녹즙, 학습지 등과 같은 ‘유형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독해 왔다. 
    전세나 월세와 같은 제도 역시 많은 국민이 주거 서비스를 이용해 온 구독경제의 산물이고 은행 대출 역시 이자라는 일정한 구독료를 지급하고 자금을 이용해 온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통신, 인터넷, 뉴스레터 등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구매가 아닌 구독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소유경제는 자동차를 판매자에게서 구매하는 것이고 공유경제는 소유자로부터 특정한 조건 하에 여러 소비자들이 차용하는 것이다. 반면 구독경제는 생산자에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소유’의 과정이 전혀 없고 ‘경험’만 있다. 소유는 ‘산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경험은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렌털 서비스와도 다르다. 렌털은 한 대의 차를 의무 보유 기간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구독은 다양한 차종을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구독 서비스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이다.




    왜 구독경제가 커지는가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은 구독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테이프나 CD와 같은 유형의 재화를 구매하는 방식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또다시 전환되고 있다. 다운로드 방식까지는 ‘구매’였지만 스트리밍 방식은 ‘구독’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방식에는 소위 ‘복사해 붙여넣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작권 보호와 콘텐츠 생산자에게 투명한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스트리밍 방식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세계 음악 시장 규모가 410억 달러에 달할 것인데 이 중 스트리밍 시장이 340억 달러(약 82.9%)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면서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는 잠김 효과(Lock-in Effect)를 유도할 수 있다. 기존 모델과 달리 경쟁사 서비스로 전환하는 고객을 막고 장기적으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업 전략이다. 즉 진실된 장기 충성도(True Long-term Loyalty)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인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산, 공급사슬 관리, 인력 배치 등의 경영 전반에 걸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해까지 약 5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S&P 500 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구독경제의 성장세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S&P 500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10% 수준의 매출 충격이 있었지만 구독 서비스는 오히려 12% 증가했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음악, 영화뿐 아니라 프리미엄 커피, 수제 칵테일, 명품 패션, 고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대부분을 구독하며 삶을 다채롭게 꾸미고 있다. 
    ‘플렉스(Flex)’¹?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비록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았지만 SNS 등에 멋진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에 열광하고 구독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한다. 구매할 여력이 없지만 구독을 통해 자아를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세대들이 가성비를 추구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가심비를 추구한다. 기존 세대들은 소유해야 직성이 풀렸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경험을 중시한다.
    구독경제 대응 전략
    구독경제가 부상하고 모든 것이 구매에서 구독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는 이러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이미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제도나 표준의 전환은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독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될 때 안내가 미흡하거나 구독 신청은 쉽지만 해지 절차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구독경제 결제 관련 표준 약관을 마련하고 구독 서비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 사회로 변화하는 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할지 알리고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구독 서비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도 게을리할 수 없다. 
    기업들은 그동안 ‘판매’하던 재화와 서비스를 구독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화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구독경제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 역시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는 데 있어 모니터링해야 할 대상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잠재된 구독 니즈를 발굴해 ‘잠김(Rock-in)의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구독경제를 구독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gsk@hanyang.ac.kr


    1) 플랙스(Flex) :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1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