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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Leader-김영한 제주커피수목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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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예순네 살에 ‘커피’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셨는데요, 제주도에서 커피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디지털 사회에 적응을 못할 것 같았어요. 디지털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 왔지만 돌이켜보니 핵심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환상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디지털을 ‘언러닝’하고 아날로그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러닝’하기로 결심하고 제주도로 내려왔습니다. 
    사실 커피가 제주도에서의 첫 사업은 아니에요. 영화 ‘맘마미아’ 콘셉트의 웨딩 사진관을 앞서 시도하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죠. 그리고 두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커피를 택했는데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소위 ‘다방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만 마셨지 라테, 캐러멜마키아토 같은 것은 들어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커피는 우리가 개발한 것이 아니고 전 세계 사람들이 검증한 것이잖아요. 방법만 제대로 배우면 통계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커피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커피전문점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30여 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셨지만 정작 본인 사업에서는 실패를 맛보는 쓴 경험을 하셨는데요, 실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시장과 고객을 모르고 서울에서 탁상공론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실패가 당연했죠. ‘맘마미아’ 콘셉트의 웨딩 사진관은 말만 들으면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 제주도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때까지도 교과서적인 마케팅에만 얽매여 있었던 겁니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위기인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가장 크지 않나 싶어요. 경영에 대한 철학, 전략은 둘째 치고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사업에 도전하죠.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의사결정권자인 5060세대가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주된 소비자인 1990년대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하고 그 흐름에 맞춰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신세계는 이런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죠. 자신들의 타깃인 30대에 맞춰 ‘쓱(SSG)’으로 온라인, 광고 등을 바꾸고 있잖아요. 의사결정자가 타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가보지 않은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과감히 사업을 실행에 옮기신 용기는 어디서 비롯됐나요.
    5060세대가 되면 정년퇴직이나 소위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이제껏 자신만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퇴로 인해 모든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뒷방 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사실 그때가 절정기인데 말이에요. 또 기존에 본인이 이룩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임에도 도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당연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지식은 증가하지만 창의와 용기가 감소하니까요. 본인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월급으로 바꾸면서 점차 관료화되죠.
    이때 필요한 연습이 바로 ‘언러닝’과 ‘러닝’이에요. 다른 비즈니스의 흐름을 파악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합니다. 꿈이 용기를 만드는 것이죠.

    - 대표님께서는 창의와 용기를 잃지 않으시고 세계 최초로 커피 와인과 커피 코냑을 발명하셨는데요, 그 탄생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제주도에서 커피전문점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한계점이 분명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 자체는 특별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서 이것저것 도전해 봤어요. 커피 재배부터 시작해 마스크팩 등 화장품까지 다양한 도전 끝에 돌파구를 찾았죠. 바로 ‘커피로 만든 술’입니다.
    처음에는 열매인 커피 체리로 와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열매가 식약청에서 식용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이제는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희망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찾았습니다. 아깝다고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니까요. 위기에 대처하고 실패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때 찾은 것이 바로 볶지 않은 커피콩이에요. 볶은 커피콩에는 카페인이 많지만 볶지 않은 커피콩에는 열매와 같이 클로로겐산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많아요.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5060세대들을 타깃으로 만든 커피 와인인데 포도로 만든 것과는 다르니까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겁니다. 와인 전시회 등에 참석해서 전시하고 시음회를 열어도 신기해서 방문했다가 맛을 보면 이상하다고 떠나는 거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또 다른 것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높은 도수입니다. 그래서 코냑 같은 높은 도수의 증류주로 시선을 돌렸죠. 하지만 실제 코냑 같은 브랜디는 오크 통에 3년을 숙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어려운데 3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폐업을 하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커피로 만든 코냑이었요. 오크 향, 오크 맛이 나는 술을 코냑이라고 하는 것처럼 커피의 향과 맛을 내는 술이니 ‘커피 코냑’이라고 한 거죠. 그것이 여기까지 오게 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 수많은 도전도 도전이지만 위기마다 대처하신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통찰력과 혜안의 원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오페라 ‘카르멘’에 ‘사랑은 들새처럼 자유로워’라는 곡이 있어요. 이를 인용해 ‘창의는 들새처럼 자유로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계를 넘어 비우고 다시 채우는 훈련을 계속해서 해야 해요. 내용의 경중은 있지만 70여 권의 책이라는 창조물을 완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웠던 것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위기에 나타났죠.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야 해요. 단적인 예로 효율성을 강조하던 시대에는 관리자 훈련 계획(MTP), 6시그마 등이 중요했지만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오늘날과는 맞지 않아요. 기존의 것을 버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 저서 ‘꿈이 있으면 늙지 않는다’에서 “도전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동료 또는 후배 시니어 분들에게 어떤 ‘꿈’을 가지라고 말해 주고 싶으신지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을 특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자신만의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성과를 힘들게 거두었는데 은퇴라는 명목 하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꼭 기존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최초의 커피 주류 제조자’처럼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남겼으면 좋겠어요. 
    특히 가능하면 국내가 아닌 해외를 기반으로 도전했으면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요. 국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기회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농업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도 하셨는데요.
    우리나라 농민이 사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서입니다. 오랫동안 농사만 지으면 정부에서 가격을 결정해서 구매해 주고 농협이 유통해 주니까 고객이란 개념이 부족하죠. 최근에는 많이 발전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6차 산업이라고 해서 체험 농장에서 과일을 따고 치즈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농부들이 유통, 마케팅에 관여해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합니다. 국내에도 이런 6차 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엔터테인먼트 콘셉트가 필요해요.
    충청남도의 ‘예산사과와인’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사과만 팔던 농장에서 직접 브랜디를 만들뿐만 아니라 와인 장비를 수입하고 파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더 나아가 애플파이 등을 만드는 요리 교실과 경운기를 개조한 작은 놀이기구도 만들어 농장을 하나의 테마파크로 만들었어요.
    또 다른 예로 제주도의 ‘아침미소목장’은 자그마한 목장에서 시작해 제품력을 인정받아 일부지점이지만 현대백화점, 파리바게뜨에 요거트 제품을 납품합니다. 목장 체험은 당연하고요. 이런 것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진정한 6차 산업, 엔터테인먼트 농업이라고 할 수 있죠.

    - 앞으로 대표님께서 하실 새로운 도전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아날로그에 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구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4차 산업, 디지털 산업 쪽으로 변화를 중요시하다가 아날로그 산업에서의 경쟁력과 기술을 잃어버릴까봐 두렵습니다.
    실질적으로 아날로그 산업을 세계적인 모델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만큼 소비자가 농어촌에 가까이 있는 국가가 없어요. 이를 위한 도시 엔터테인먼트 농업의 사례로 제주커피수목원을 성장시키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 아까도 말했다시피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싶어요. 당장은 전 세계 주류 시장의 14억 톤 중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다음은 베트남 시장을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한 발 한 발 계획에 맞춰서 열심히 걸으면 언젠가는 도달하지 않을까요.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9년 4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