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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AC Boston Lab] 제조업과 글로벌화 그리고 새로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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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조업이 많이 성장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항상 정상을 향해 지속적인 도전을 하지 않고서는 산 중턱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경치를 관망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생존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새롭게 등장한 밸류체인의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점점 심화되어가고 있다. 남미의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여 참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고, 유럽은 사회적으로 분리 독립, 빈부 격차등 여러 가지 불안정한 요소들이 발생하고 테러까지 잦아지면서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정치, 경제 그리고 남북 간의 문제까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엇하나 명쾌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의 제조업 현실만큼 어려운 문제도 드문 것 같다. 제조업 생산과 가동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다는 통계지표가 여기저기서 발표되고, 설비투자마저 큰 폭으로 감소되어 도대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생산, 가동률, 재고 같은 지표는 수요의 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설비투자와 같은 지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국의 제조업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뉴스를 보면 항상 산업구조 조정과 구조개혁들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이냐다. 이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글로벌이라는 커다란 시장에서 제조업과 관련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해서 필자가 사는 보스턴에서는 제조업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단하게 한번 짚어보고, 최근 맥킨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글로벌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의 물결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인재들이 모여 공부를 하는 교육의 도시, 그리고 실리콘 밸리가 탄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을 배출한 혁신의 도시, 그리고 최근에는 각종 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으로 바이오와 제약 회사들에게 가장 관심 지역이 된 보스턴. 과연 제조업의 현황은 어떨까. 제조업이 있기나 할까.


     

     
    보스턴의 제조업


    간단하게 답을 한다면 보스턴에는 제법 유명한 제조업체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P&G의 자회사가 된 질레트, 보스턴으로 본사를 옮긴 GE, 100년이 넘은 운동화 제조회사인 뉴밸란스(New Balance), 전세계를 히트쳤던 로봇청소기를 만든 아이로봇(iRobot),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만든 레이씨온(Raytheon), 반도체 생산업체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반도체 테스트장비를 만드는 테라다인(Teradyne) 등이다.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보스턴의 제조업은 총생산량으로 볼 때 2017년도 기준으로 약 500억불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고, 미국 전체 제조업의 약 10%정도를 차지한다고 되어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수는 약 6,239개 그리고 약 224,000명이 제조업에 종사 하고 있다고 한다.

    UN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한국의 제조업 총 생산량이 약 3,720억 불로 발표되었으니, 메사추세츠주의 제조업 총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총 생산량의 약 7분의 1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참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매사추세츠주의 제조업 총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조업 다시 부활하기 노력의 일환인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글로벌화의 새로운 변화관련 보고서


    최근 맥킨지의 글로벌화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란 주제의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자원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최근 미중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뉴스들이 헤드라인을 차지하기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다. 지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무역규모의 약 96%를 차지하는 43개국 23개 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분석한 결과 5가지의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첫째, 과거보다 더 적은 비율의 재화들이 국경을 넘어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 재화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고, 또 절대적인 무역량은 증가되고 있으나, 전체 생산량에서 국경을 넘어 거래되고 있는 무역량의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이다. 2007년까지는 전체 생산량의 약 28.1%까지 국가 간의 무역거래량이 증가 되었으나, 그 이후 2017년까지 약 22.5%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역량의 증가속도도 1990년에서 2007년까지는 GDP 증가속도에 약 2.1배 빠르게 증가하였으나 2011년 이후는 약 1.1배로 그 속도가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경제가 성장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많은 양의 재화가 이제는 내수로도 많은 양이 소비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설명했다.

    둘째, 서비스가 제품의 무역증가 속도보다 약 60%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통신이나 IT 관련 서비스, 비즈니스 서비스 그리고 지적재산(Intelectual Property : IP)관련 거래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실 통계에 잡히는 서비스관련 무역량만 볼 때 그러하지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서비스 관련 무역량을 포함하면, 실재로는 제품의 무역거래량보다 더 큰 규모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그러니 미래에는 서비스 관련한 무역의 중요성이 글로벌 벨류체인에서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에서는 제품의 무역과 관련된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서비스 무역 관련된 정책의 중요성 인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셋째, 저렴한 노동력비용의 차익으로 인한 혜택은 그 중요성이 점점 덜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항상 저렴한 노동력을 끊임없이 찾겠지만 이제 다른 더 중요한 요소들이 그 의사결정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세계 전체 무역량의 약 18%정도만 저비용 임금 국가에서 고비용 임금 국가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그 외 82%의 무역거래는 저비용 임금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예들 들면, 높은 스킬의 숙련공 확보가능성, 자원 및 고객 접근성, 혹은 고품질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IT, AI, 자동화 등 기술의 급진적인 발달로 인해 노동력이 생산의 인풋으로 차지하는 그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면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넷째, 연구 개발(R&D)과 혁신의 중요성이 점점 심화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회사들이 더 많은 자원을 기술 개발과 연구 그리고 브랜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지식 등 무형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에는 약 5.4%였던 것이 2007년 약 13.1%로 증가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원을 이러한 무형자산의 개발에 더욱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선진국의 거대기업들과 개발도상국 기업들 간의 격차를 더 심하게 벌릴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심 있게 봐야할 대목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경제블록 안에서의 무역거래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2013년 이후 이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즉, 각 경제블록 안에서의 무역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유럽 경제블록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블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저임금 중심의 생산업체를 찾아 매우 관리하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긴 밸류체인을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시장에 가깝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근거리의 민첩한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다.


     

     
    우리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


    항상 현재만큼 미래의 불확실성에 노출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오늘날의 경쟁 환경은 참 치열하며, 무엇이 불확실한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가 우리 제조업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마도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일 것이다. 무형자산에 투자할 거대한 금융자원을 보유하거나, 그러한 금융재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국제적인 신뢰도를 이미 가지고 있는 기업들. 이것은 그렇지 못한 기업들과의 격차를 과거보다 아니 현재보다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현실일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제조기업들은 어디에 속할까. 만일 우리기업들이 기회를 가진 변화의 수혜자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정말 시급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니 말이다.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은 더욱 R&D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려 할 것이고, 더욱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가진 지식근로자 혹은 기술기반 근로자들을 배출할 것이다. 유형의 재화뿐만 아니라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여 부가가치를 더욱 높게 창출할 것이다.

    나아가 저비용에 봐줄만한 품질을 생산만 잘하면 껴주던 밸류체인에도 이제는 굳이 먼 곳에 있는 공급자와 손잡지 않고, 동일 경제블록에 혹은 시장에 접근이 용이한 경제블록에 속한 협조적인 공급자와 일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그동안 글로벌 밸류체인에 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를 회고해 보면 참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조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건강을 회복시키는 수준의 노력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의 물결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새로운 역량을 길러야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경쟁 환경에서는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민첩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조기업의 유연성과 민첩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첫째, 과거 거대한 생산기반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하는 것에서 제조업에서의 무형의 재화를 창출하는데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쌓은 시설과 큰 투자 기반의 생산역량을 토대로 이에 부가적으로 따라야할 다양한 무형의 서비스 부가가치 재화들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스마일 커브라 하여 전체 가치사슬에서 웃는 입 모양의 가운데 부분은 저부가가치의 경제활동이고 입가의 양쪽 끝 즉 업스트림의 R&D, 디자인, 혹은 브랜드 그리고 다운 스트림의 리테일 마케팅 혹은 고객 서비스 등이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활동임을 제시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제조업은 이 이론에서 더 나아가 양 쪽의 입가에 부가가치는 유지하면서,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도록 제조혁신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첨단 제조업을 미국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가치사슬상의 파트너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모두 하려면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 사실 필자의 생각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육성이 필요한 절대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 건강하고 유연한 밸류체인을 구성할 수 있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세계 경제가 새롭게 블록화 되어가고 있다면 시장 중심의 제조기반을 다져야 하겠다. 생산은 한국이나 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하고 소비를 하는 곳으로 제품을 보내던 원거리 무역 중심의 제조기반이 아니라 시장이 있는 블록경제에 제조기반을 마련하여 그 블록에 속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것은 꼭 큰 자본의 투자가 수반되는 거대한 제조 설비를 시장에 짓지 않고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즉, 국내에서 대부분의 제조와 가공을 하고 현지에서는 마지막 공정이나 시장의 수요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제조 설비만 있으면 된다. 이것을 지연 생산체계(Postponement)라 하고 이미 많은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물론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져야 하겠다. 제조업은 자본이 많이 투자되는 산업이지만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아 제조업에 수반되는 서비스, 물류, 고용 효과 등이 큰 것을 고려하여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재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유택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 ytlee@bu.edu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9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