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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영 트렌드] 워라밸 넘어 ‘워라인’, 균형에서 통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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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대신해 워라인(Work & Life Integration)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을 구분해 운영해야 한다는 관점, 즉 직장생활이라는 공적인 부분과 가정생활 등 사적인 부분을 분리하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워라인은 일과 삶이 엄격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지금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바라보는 기존 세대들에게는 일이 곧 삶이자 생계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다음 세대는 기존 세대의 일에 대한 태도에 반기를 들었다. 일만이 아닌 삶의 의미를 중시하고 행복을 추구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조직생활과 개인 삶의 균형을 중시했다.
    여러 해 전 ‘저녁이 있는 삶’이란 모토가 유행하면서 워라밸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워라밸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도 제시되었다. 유연근무제 등을 비롯한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었으나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이러한 와중에 워라밸에 대한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과 개인 삶을 분리해서 보는 관점에 대한 의문이다. 과연 삶에서 일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일도 삶을 이루는 중요한 한 부분이며 이 둘을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하나의 연장선상에서 간주하면 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생활을 개인 삶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고 둘을 통합하는 생활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워라인’에 대한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워라인, 일과 삶의 통합의 다른 표현


    워라인이란 ‘일과 삶의 통합’이란 의미로 일반적으로 ‘일에서 느끼는 성취와 성장이 삶의 동력이 되고 다시 행복한 삶이 조직에서의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상호보완적 삶의 형태’로 정의된다.
    U.C. 버클리의 하스경영대학에서는 워라인을 “일, 가정·가족, 공동체, 개인의 행복, 건강 등 ‘삶’을 정의하는 모든 영역 사이에 더 많은 시너지를 창출하는 접근방식”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워라인은 기존의 워라밸이 지향하는 일과 삶의 균형적 분배보다는 일과 삶을 융합하는 방식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 유익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워라밸은 이분법적 가정에 기반한다. 즉 일과 삶은 명확한 선(Fine Line)이 있어 구분이 가능하며, 따라서 일과 삶은 개인이 따로 수행해야 하는 각각의 영역이라고 전제한다. 그어진 명확한 선을 넘으면 다른 쪽은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업무가 끝나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반해 워라인은 일분법(一分法)적 가정에 기반한다. 즉 개인의 삶을 조직에서의 삶과 분리하기 힘들다는 전제이다. 그래서 개인의 삶을 조직생활과 통합할 수 있다고 본다. 보다 엄격히 말하자면 ‘통합’보다는 ‘함께한다’는 단어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운동을 먼저 하고(개인 삶 차원) 식사를 한 후 업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피상적인 차원이고, 한 차원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개인 차원의 운동을 점심시간에 함으로써 몸이 건강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을 수행하는 데도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즉 조직생활 중에 수행하는 개인 차원의 활동이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동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이 워라인의 핵심이다.
    최근 수행된 고연봉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업무시간 분석 연구(A time diary study of 1001 days)에 따르면 근무 규정 시간 중 75%는 사적인 일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운동, 자녀 학교 방문, 개인적인 통화, 개인 SNS 계정 방문 등이다.
    반면 총 업무시간 중 77%가 규정 외 시간이었다. 집에 가서 아이들이 잠자러 간 이후에 업무 전화를 하거나 주말에 보고서 작업을 하는 식이다. 즉 직장생활 속에서 개인 업무를 수행하고 가정생활 속에서 회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라는 틀 속에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혼합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워라인은 워라밸의 대체 아닌 확장 개념


    워라인은 워라밸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워라인을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 영상 회의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반드시 동일 시간, 동일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규범(Norm)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워라인의 개념은 워라밸이 등장했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워라밸이 등장했을 때부터 그 개념에 대한 비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직생활을 공적인 부분, 개인생활을 사적인 부분이라고 할 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다. 과연 그 둘을 인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워라인의 개념은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던 ‘일=삶’이라는 관점과는 다르다. 기성세대들은 개인, 가정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론적인 생각이 강했다. 반면 워라인에서는 자유론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은 삶을 지탱하기 위한 기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 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한 발판이기 때문에 조직생활에서 개인 삶을 위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 개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


    어도비는 2008년부터 ‘숨쉬기 프로젝트(Project Breathe)’를 운영하고 있다. 발단은 어느 매니저가 개인적으로 시작한 명상 모임이다. 매일 오후 3시 빈 회의실에서 15분간 진행했는데 직원들의 호응이 좋아 회사 차원의 운동으로 확대했다.
    어도비 특유의 팀 중심 사고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인의 접근 방식이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매일 단 15분이라도 언플러깅(Unplugging) 상태로 명상할 수만 있다면 더 나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언플러깅은 끝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진전시킬 정신적 공간을 확보하는 효과적 방법 중 하나다. 어도비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건강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를 발견해 전 세계 모든 사무실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구글도 ‘내면 탐구 프로젝트(Search Inside Yourself)’라는 명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도 본사 건물에 명상 공간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 서브원도 대표적인 명상 기법 중 하나인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브원은 2016년 ‘힐링 TF’를 구성하고 1년여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직원 힐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서비스 직군을 대상으로 곤지암 리조트 힐링 캠퍼스에서 직급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돌보는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마음 챙김을 위한 명상은 물론 치유의 숲속 프로그램, 아쿠아테라피까지 몸을 힐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개인의 역량 증진과 휴식을 위한 안식년이나 안식월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하나인 애로우 일렉트로닉스는 모든 직원들이 입사 후 1년이 지났을 때와 7년이 지났을 때에 10주간의 안식 휴가를 보내준다.
    CJ 그룹은 5년마다 최대 한 달 동안 재충전과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카카오의 경우 근속 3년마다 안식 휴가 1개월과 휴가비 200만 원을 지원한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워라인 차원에서 ‘워키드(Workid : 자녀 동반 출근)’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으나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워키드는 직장의 업무와 가정의 육아를 동시에 수행하는 워라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긍정적 반응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육아에 대한 심적인 부담이 줄어들어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업무 효율이 더 상승한다거나 아이와 떨어지지 않고 싶어 하는 직장인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다는 등이다.
    반면 반대도 많다. 특히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을 늘려야지 어떻게 직장에서 보육을 함께 하도록 장려하냐는 의견과 함께 실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는 것이 업무 시간 지연, 효율 저하 등의 역효과가 더 많다는 주장이 강하다. 실제로 인터넷 매체 네토라보가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자녀 동반 출근에 ‘반대’ 또는 ‘비판적’이었다.
    ‘워케이션(Worcation)’도 워키드와 맥을 같이 한다. 일본항공(JAL)이나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시행을 하고 있으나 효과성에 대해서는 현재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인 시도들이 워라인을 위한 노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행착오와 진통을 겪은 후에 보다 진보된 제도가 등장할 것이다.





    아직은 설익은 개념, 지속 발전시켜야


    워라인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약간 철학적인 논의가 필요할 듯하다. 삶에서 일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자유 시간, 여가, 취미생활, 휴식. 일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도구로 정의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으로도 정의된다.
    그러나 조직이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장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많이 존재한다. 과연 조직은 구성원의 자아실현을 위한 곳인가, 이윤 창출을 위한 곳인가. 자아실현은 조직이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개념일 뿐 아닌가.
    이러한 의문들로 인해 조직에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이렇게 분리된 두 개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워라밸이라는 철학이 발생했다.
    워라밸에 대한 많은 시도들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잘되는 사례도 있는 반면 IBM처럼 20년 이상 운영한 재택근무제를 폐지하는 사례도 있어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섣불리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었다. 일은 삶의 일부 아닌가.
    이런 얘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죽은 후 미지의 곳으로 갔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가 뭘 시키는 것도 없이 지내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지옥이라고 하더라는 우스갯소리다.
    그렇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기만 하는 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다. 인간은 게으른 것이 천성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지도 못한다.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 없다면 함께 가는 것이 맞다. 이런 차원에서 워라인 철학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워라인이 워라밸보다 넓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워라인이 맞고 워라밸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 판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개인 차원에서 자신에게 더 적합한 것을 선택해 그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 조직 차원에서는 구성원에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의사결정권을 주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는 워라인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로 언급했지만 반대로도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 즉 조직에서는 워라인을 일과 삶의 통합이라는 거창한 철학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업무를 개인의 삶으로까지 확장해 더 일을 많이 하게 하려는 의도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더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워라인에서의 균형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통합해서 운영한다는 것은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sizif@posri.re.kr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9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