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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이 바뀌면 상품도 소비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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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군대 이야기’는 마치 하면 안 될 것 같은 금기로 여겨지곤 했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여성이고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바로 ‘군대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금기는 지금도 통용되는 일일까. 시장이 바뀌자 금기는 가능성이 됐다.


    넷플릭스가 지난 8월 말 새로운 시리즈로 내놓은 한국 드라마 ‘D.P.’는 서비스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만나는 이들 사이에서 “‘D.P.’ 봤냐”는 질문이 인사처럼 나오기 시작했고 평단과 시청자들이 모두 호평하는 드라마로 떠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놀라운 건 이 드라마가 군대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탈영병을 잡는 육군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능성이 된 금기
    드라마는 초반에 체포조인 주인공들이 나름의 추리와 수사를 통해 탈영병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지만 차츰 이야기는 탈영병이 어째서 그런 선을 넘는 선택을 하게 됐고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됐는가를 담는다. D.P.인 주인공들이 점점 탈영병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 
    가끔 뉴스에서 무장 탈영병 사건을 접해 왔지만 그 실상을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적나라하게 꺼내 놓은 군대의 폭력과 부조리가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건 이 군대 이야기에 군 경험을 한 남성들만이 아니라 여성들도 호평하고 있고 나아가 해외 반응도 뜨겁다는 사실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D.P.’가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안의 폭력과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폭력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스토리를 통해 구현해 내고 있어서다. 
    즉 군대에서 별 이유도 없이 폭력을 당하는 후임병들의 처지는 그들이 사회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이유 없이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는 상황들과 병치된다. 드라마 속에서 청춘들은 가정폭력 때문에 집으로부터 탈출하고 사회의 갑질로부터 도망치며 군대에서도 폭력 때문에 탈영한다. 군대에서의 폭력을 사회 어디나 존재하는 폭력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은 군 경험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나 해외 시청자들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군대 이야기는 안 된다는 금기는 이른바 지상파 시절의 관성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편성표에 맞춰 방영되고 본방 사수의 결과가 시청률로 추산되어 중요시하던 시절에 드라마의 주 타깃은 중년 여성이었다. 그래서 당시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 가족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군대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드라마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이 존재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원작이 화제가 됐을 때도 드라마 제작자들이 머리를 가로저은 이유다. 하지만 ‘D.P.’라는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 방영되고 그 반응이 뜨겁자 당시 드라마 제작을 반대했던 기획자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됐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서 만들어진 후회였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의 등장은 최근 들어 국내 방송 시장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 케이블, 종편으로 나뉘어 시청자들이 콘텐츠들을 본방사수하던 시절은 조금씩 저물고 대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차 같은 OTT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선택적으로 골라 보는 시절이 도래했다. 
    ‘D.P.’ 같은 군대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가능했던 건 이 글로벌 플랫폼이 지상파처럼 보편적 시청자를 겨냥할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취향에 맞는 이들이 찾아서 볼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아야 하고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해외에서 봤을 때도 로컬 색이 확실한 차별점이 있으면 되는 거였다. 
    우리의 색깔이 분명한 군대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D.P.’는 과거 기준에는 금기였을지 몰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새로운 플랫폼에 딱 맞는 콘텐츠인 것. 시장이 OTT로 재편되자 금기는 이제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시장, 예고된 변화
    ‘D.P.’의 성공은 이미 넷플릭스가 지난해 ‘인간수업’으로 거둔 성공을 통해 어느 정도 예고된 바 있다. 즉 당시에도 청소년 성매매 같은 파격적이지만 어쩌면 현실에 와닿은 문제를 과감하게 다룬 ‘인간수업’은 지상파, 케이블 같은 기성 미디어에서는 결코 방영할 수 없는 드라마라고 얘기된 바 있다. 
    기성 미디어는 못해도 넷플릭스는 가능하다는 이 지점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성 미디어들이 과거의 틀에 갇혀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문제는 이런 시장의 변화가 소비자들도 바꾼다는 사실이다. 
    최근 드라마에서 장르물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난 건 OTT의 영향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해외의 본격 장르물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한국 드라마에도 장르물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제 한국 콘텐츠의 대상 소비자도 바뀌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까지 잠재적 소비자로 상정하게 된 것. 그래서 한국의 색깔을 살리는 로컬의 문화들을 담으면서도 글로벌 소비자가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르물 형식을 주로 취하기 시작했다. ‘D.P.’도 군대 이야기라는 한국적 색채를 가져오면서 헌병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마치 형사물 같은 장르물의 색채를 더했다.
    글로벌 시장으로서의 변화는 인터넷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미디어 혁명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콘텐츠 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이미 글로벌 시장은 우리 눈앞에 도래해 있기 때문이다. ‘D.P.’의 사례처럼 시장의 변화가 상품은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모든 산업에 저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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