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IT 부문을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인재’난을 겪었다. 이제 기업이 원하는 인재, 인재가 원하는 기업으로 서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도록 심층적인 인적자원의 개발 및 관리를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여러 요소들의 종합적 고려와 더불어 의식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HR의 혁신을 위해 2023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아세안+3국(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1.9%로 기존 대비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2023년 경제 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제 패권 다툼,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은 ‘버티는 해’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릴 정도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아마존, 트위터, 메타(페이스북), 골드만삭스 등마저 신규 인력 채용 연기는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인적자원 개발(Human Resource Developement : HRD) 담당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회사가 어려워 교육 예산이 삭감됐다”라는 것이다. HRD가 재무적 가치 창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비용으로만 인식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전체적인 예산 삭감이 아닌 이상 교육 예산을 최우선으로 삭감한다는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는 불확실한 어려움을 대비하는 방법으로서 교육을 축소하는 것이 더 이상 최우선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 속에 기업들은 HR 분야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자택 등에서 근무가 허용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반화되었고 개인별 업무 추진이 강화됨에 따라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은 축소되었다. 일과 회사에 대한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한 직원들의 퇴사도 증가했다. 근무는 하고 있으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시간과 일정 분량만큼만 일하겠다는 ‘조용한 퇴직’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편 최근 필자가 만나는 기업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사람 구하기 너무 어렵다” 혹은 “일할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다. 2022년 11월 기준 청년 실업자가 23만 8000명이나 되지만 기업은 여전히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 및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사 적합한 인재를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어렵게 채용한 인재가 퇴사하지 않도록 함은 물론 이미 회사와 업무에 적응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인재가 ‘조용한 퇴직’을 하지 않도록 HR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업 교육은 좋은 인재가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2023년 우리는 무엇을 중심으로 HRD를 추진해야 할까.
HRD | 오철세 KMAC 상무
현재 산업계는 전반적으로 인재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동시에 2023년 경제위기를 대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명예퇴직 확대를 비롯해 유통업, 제조업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거나 계열사로의 전환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거나 유지하기도 어렵지만 신규 인력 채용 자체가 어려운 기업도 많아진 것이다.
두 가지 상황이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구성원들이 퇴사하지 않고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HRD의 목표는 동일하다.
따라서 현재 우리 구성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업 환경에 따라 재배치되거나 업무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리스킬, 즉 새로운 스킬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환경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동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유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기업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버틸 수 있도록 현재의 경쟁력을 함양해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수준까지 스킬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업스킬, 즉 직무 역량 향상 교육도 흔들리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고객경험은 고객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들로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단어다. 최근에는 고객경험뿐 아니라 직원경험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역시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 학습경험이 중요하다. 이는 학습에 참여해서 얻게 되는 경험이 학습 전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인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학습경험은 특정 교육 시간 동안 긍정적 에너지를 주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험에 대한 감정은 특정 경험 그 자체뿐 아니라 경험을 둘러싼 일련의 활동과 시간, 관계들이 어우러져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본 학습 전후로 사전 학습, 사후 학습 등 자가 학습 기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 학습경험을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 활동 등을 크게 확장해 기획해야 한다. 최근 온보딩 프로그램이 집합 교육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 간의 멘토·멘티 활동, 주기적인 입사 동기 모임, 회사 정착을 위한 업무 속에서의 다양한 미션 부여 등 세부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교육경험’으로 부르지 않고 ‘학습경험’으로 부르는 데는 ‘학습자 중심의 시각’이 담겨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적용함으로써 학습자 스스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들은 회사와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매우 중요한 세대다. 그들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지속적으로 역량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리더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일에 대한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MZ세대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긍정 경험이 교육을 통해 축적될 수 있도록 HRD 담당자는 학습 여정에 따라 긍정적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설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업무 형태가 하이브리드로 변화되었듯이 HRD에서도 비대면 교육 채널 및 방법, 플랫폼 등이 발전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되었다.
교육 효과성 측면에서 의심을 받던 온라인 학습을 개인별 맞춤 학습에 접목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기업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과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온라인 학습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2023년 하이브리드 교육에 ‘집합 교육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단 이유는 현 시점에서의 이슈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대면 교육 방법 등 기술적인 부분이 발전하면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MZ세대들에게 비대면 교육은 또 하나의 효과적인 업무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공간의 개인화는 소통할 기회를 축소시켰다. 이로 인해 리더와 구성원뿐 아니라 구성원 서로 간에 이해 부족, 소속감 결여 등의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따라서 개인화된 구성원들을 하나의 목표에 몰입하고 조직 안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집합 교육은 회사에서 가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회사 역시 구성원들이 동기부여되거나 반대로 좌절하는 환경과 경험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다. 또한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가치 실현을 향해 서로를 독려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HRD 담당자들이 개인 중심의 맞춤형 교육만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구성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집합 교육 형태로 운영하면서도 하이브리드로 다양한 학습 활동을 제공해 구성원 개개인이 성장해 갈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HRD는 돈을 쓰는 활동이 아니라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구성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일하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투자 활동이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경제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는 조금 더 나은 경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경제기관의 예측이 현실이 되도록 각 기업의 HRD 활동들이 조직과 직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