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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 NEXT : 공공기관 개혁 방향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 자산 969조 원, 예산 761조 원, 인력 45만 명에 이르는 공공기관은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본다.  공공성은 행정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능견난사(能見難思)다. 눈으로 볼 수는 있으나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과거 공공기관의 연혁 및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공공기관과 공공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서민경제의 안정 등 명확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의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공공기관의 사업들이다. 행정학계에서는 공공성과 수익성 내지 기업성의 균형적인 관점 또는 상보적인 시각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그 이전에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기관 운영의 글로벌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공기업 가이드라인’에서는 공기업이 사업 수행에 있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려고 할 때 민간의 경쟁 상대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경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3조는 자율경영 책임에 대해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창의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자율경영 체제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는 기관의 비전, 대내외적인 여건, 기관의 특수성 등은 해당 기관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운법 제정의 기초가 된 ‘OECD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서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즉 인사, 조직,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운법의 제정 취지대로 공공기관이 운영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새롭게 취임한 기관장들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의 통제 및 관리는 더욱 강화돼 왔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율성을 마음껏 부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관료적인 통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기대에 부응토록 하는 것이다. 공공 투자 확대, 물가 안정 등 정책 수행, 나아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둘째, 주기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방만 경영이라는 병폐는 자율성 확대를 주저케 하고 각종 규제 지침을 남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공공 부문 강성 노조의 존재는 이러한 정부의 우려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 속에서 사전적인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 실질적인 자율경영 체제로의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으로 공운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다. 그간의 법 운영 경험을 기초로 공공기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공공기관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운영되는 각종 지침에 대한 존치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해 기관의 자체적인 개혁 및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현재 공운법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좀 더 촘촘하게 분류하고 개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상장기관 등 시장에 가까이 있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산업의 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이러한 내용 등을 감안한 공운법의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경영평가 제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 등도 기대해 본다. 공공기관 정책 수단 중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 기능 조정이다. 공공성 및 효율성의 가치를 넘어 기관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능 점검이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스스로 하기에 한계가 있다. 관료화된 내부 구조, 노조의 저항, 대내외 기득권층이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기능 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를 규정한 것이 공운법 제14조¹⁾다. 현재 공공기관의 역할 및 기능을 살펴보면 시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많다. 공익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분야,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폐지가 고려돼야 하는 사업들이 여전히 많다. 다음은 그에 대한 예시다.    당초 공공기관이 해당 기능을 수행하게 된 연혁과 이유가 있지만 환경이 변해도 한 번 탄생한 기능은 소멸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능 조정, 나아가 통폐합 및 민영화까지 검토해야 한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혁신의 수단으로서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각 정부 부처의 기능과 연관된 경우 그 난이도는 더욱더 높아진다. 그러나 기능 조정이야말로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이고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4년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된다. 경영평가 제도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행정학에서 많이 논의됐으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경영평가는 성과 관리의 수단으로서 방법론적으로는 기관별 맞춤형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하느냐 그리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독립된 상설 평가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평가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평가 제도는 평가 기획에서 평가 수행까지 3년에 걸친 주기를 가지고 있다. 평가 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담당자 및 책임자가 2~3번 바뀌는 긴 기간이다. 우리나라 관료 제도의 특성상 경영평가 제도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평가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평가 기관의 상설 조직화다. 현재의 1년 단위 평가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평가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함으로써 평가 제도의 혁신을 더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둘째, 평가 주기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1년 단위의 평가와 함께 중기적인 성과 평가 방식의 보완을 지적한다. 기관의 업무 성격상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인데 1년 단위로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임기 3년인 기관장 입장에서 한 해의 하반기에 취임했다면 자신의 수행 실적을 평가받는 것은 임기 말에 가까운 2년 후가 된다. 기관들의 업무 성격을 고려해 평가 주기를 유연하게 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평가 방식과 관련 기관 맞춤형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이를 주저하게 하는 전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기관의 성과 측정을 위한 선명한 평가 지표 및 목표치가 수립돼야 하고 엄정한 평가 시스템(평가 기준 및 평가 문화)이 구비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더욱 미련한 일이다. 우선은 국제적으로 비교 대상이 있어서 평가 지표 수립 등이 용이한 기관 또는 상장된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5~10개 기관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2010~2012년에 도입 운영한 자율경영 평가 제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공기관은 주요 정책 대상이었다. 보수 정부에서는 효율성 및 기업성을 강조한 반면 진보 정권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또 대국민 서비스 제고 및 국정과제 수행 등의 명분으로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부각하면서 공운법상의 자율경영 체제와 현저히 차이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뉴노멀 시대에는 공공성 대 효율성, 자율성 대 책임성의 낡은 이슈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이바지했듯 다가올 미래에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기능을 통해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보다 시장 친화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향후 포스코, KT 같은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24.09.04

[9월 CE] 파리올림픽을 통해 본 세대 변화

파리올림픽이 무수한 이슈를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Z세대’ 태극전사의 돌풍에 관한 것입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16명 중 10명이 2000년대생이었고 그들이 목에 건 금메달은 전체 13개 중 12개에 달했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48년 만의 최소 인원 출전으로 당초 목표의 2.6배 금메달을 획득하는 최고의 효율을 달성했습니다. 그렇다면 ‘파리의 기적’을 써낸 Z세대 선수들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그들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질 자신이 없었다. 준비가 돼 있어서”(펜싱 도경동), “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부담 없이 뛸 수 있다”(사격 반효정), “메달 유력 후보가 아니라고 해도 신경 안 썼다. 순간을 즐겼다”(사격 오예진). 이처럼 그들은 당당함을 무기로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을 승리로 이끈 건 노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고 그렇기에 ‘팀 코리아’로 나섰지만 국가대표 타이틀이나 메달 개수가 더 이상 부담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영길 한국체육대 교수는 그들이 “팀을 개인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할지를 생각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Z세대의 목표에 이르는 과정,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은 우리 기업이 젊은 세대를 어떻게 동기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시합니다.  파리올림픽이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은 ‘시스템의 중요성’입니다. ‘전투 민족’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총, 칼, 활, 즉 사격, 펜싱, 양궁에서만 무려 10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는데 왜 이 종목들이 성과를 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양궁의 경우 직전 대회 3관왕도 탈락할 만큼 오직 실력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합니다. 여기에 진천선수촌에 파리올림픽 경기장을 똑같이 재현하고 대회 기간에는 도보 5분 거리 호텔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며 어김없이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습니다.  사격의 경우 본선 결과만으로 선발하던 방식에서 결선 최저점 선수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녹아웃(Knock-out)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오랜 관행을 깨고 올림픽에 맞는 선발 방식으로 개선해 도쿄올림픽의 부진을 씻은 것입니다. 펜싱은 팀워크의 승리였습니다. 그동안의 국제 무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을 향상시킨 결과 남자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양궁의 현대차그룹처럼 펜싱에서는 SK텔레콤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예전처럼 “은메달이라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 그것은 공정한 평가와 정당한 보상을 중시하며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가는 Z세대의 가치관과 닿아 있습니다. 이 또한 파리올림픽이 기업들에 남긴 교훈이자 동시에 숙제가 아닐까요.        한수희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표이사 사장 

실패를 활용하고 성공을 통제하는 방법

경영자는 실패와 성공의 역설적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실패의 이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실패 관리(Failure Management : FM)’와 성공의 부작용을 막는 ‘성공 관리(Success Management : SM)’를 통해서 이러한 역설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2024년 6월, 주목할 만한 경제 뉴스가 있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최근 덴마크에 수출됐으나 그 특유의 매운맛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덴마크 정부가 회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수출에는 지장이 있었을지 모르나 ‘해외 토픽’ 감으로 널리 회자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비즈니스와 일상생활 속에서 이와 같은 역설적인 상황을 흔히 경험하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실패 덕분에 성공’하는 경우로서 ‘위기는 기회’, ‘실패는 발명의 어머니’ 같은 격언이 해당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성공 탓에 실패’하는 경우로서 ‘승자의 저주’,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같은 격언이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일컫는 격언들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실제로 해당 상황을 마주할 때는 대부분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역설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응을 뛰어넘는 보다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방책으로서 두 가지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첫째는 ‘실패 관리’로 실패의 이로운 점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이용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성공 관리’로 성공의 해로운 점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막는 방법이다. 위험 관리와 위기 관리-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 실패 관리와 성공 관리를 보다 깊이 조망하기 위해서는 이와 유사한 기존 개념인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와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를 잠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3M의 포스트잇이 탄생한 배경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3M의 엔지니어는 새롭게 개발한 접착제의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낙심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 후 동료가 ‘약한’ 접착제의 새로운 용도를 제안하면서 ‘접착력이 강하지 않은 것이 강점인’ 포스트잇의 상품화로 이어졌다. 만약 이러한 개발 실패에 대해 위험 관리자가 대응한다면 본래 의도한 접착력을 가지지 못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위기 관리자의 시각에서는 이미 발생한 프로젝트 실패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투자자나 계약업체 등에 사과를 표하고 미래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래의 위험 관리와 위기 관리 접근 방식은 실제로 3M이 포스트잇을 상품화하게 된 역설적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실패 관리’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실패 관리- 실패 덕분에 성공 ‘실패의 건설적 활용’을 모티브로 한 실패 관리 프레임워크는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모델링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실패 관리의 다양한 모델 중 하나인 ‘실패 관리의 준비성(Preparedness of FM)’을 소개한다.  이 모델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실패를 사전에 예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실패의 혜택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실패 관리 방법이 제안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계획된 실패 관리(Planned FM)’로 실패는 물론이고 그 실패로 인한 혜택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를 대입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11년 애플의 핵심 경쟁력이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 직전에 새롭게 출시된 아이폰 4S는 애플의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전작들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애플은 자신들의 영웅이자 대표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회복되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사망이 전략적으로 기념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4S는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게 됐고 이로 인해 판매가 급증했다. 두 번째는 ‘준비된 실패 관리(Prepared FM)’로 어떤 실패가 일어날지 사전에 예견할 수는 없지만 실패로 인한 혜택을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다.  2017년 코카콜라의 신임 CEO가 된 제임스 퀸시가 직원들에게 보낸 취임 일성은 ‘실수하라!(Make mistakes!)’였다. 그는 코카콜라가 과거의 영광에 젖어 혁신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러한 소극적인 조직문화를 일신하기 위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공유한 것이다.  물론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다가 어떤 종류의 실패가 발생할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제임스 퀸시는 어떠한 실패가 일어나더라도 이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철학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 사례는 준비된 실패 관리로 간주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임기응변적 실패 관리(Improvised FM)’로 어떤 실패가 일어날지뿐 아니라 그로 인한 혜택도 미리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포스트잇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새로운 접착제 개발 프로젝트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실패한 그 접착제가 포스트잇의 제품화로 이어진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즉 예기치 못한 실패가 일어난 이후에 비로소 그 실패로 인한 혜택에 대해 깨달아 이를 활용하게 된 경우다. 따라서 미리 계획되거나 준비되지 못한 임기응변적 실패 관리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실패 관리 중 어떤 유형이 가장 바람직할까. 사실 이것은 좋은 질문이 아니다. 각 유형의 실패 관리는 그 적합성과 바람직성이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획된 실패 관리는 환경의 불확실성이 적고 환경에 대한 능동적이고 사전적인 대응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경우에 적합하다. 이에 반해 임기응변적 실패 관리는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경에 대한 반응적, 사후적 단기 계획을 세우는 경우 더 적합하다. 그리고 준비된 실패 관리는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성공 관리-성공 탓에 실패 노키아, 코닥, 블랙베리.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한때 큰 성공을 누렸으나 지금은 그 반대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실패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이 이뤄지며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크게 성공한 탓에 오히려 실패하는 역설적인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실패 후에는 실패를 성찰하고 재기를 도모할 기회를 갖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성공 후에는 그 성공에 취한 나머지 성공의 (과거적) 원인과 (미래적) 이유에 대해 쉽게 눈감게 된다. 결국 성공이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하고 훗날 새로운 실패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부정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안을 통칭해 ‘성공 관리’라고 부를 수 있다. 실패 관리와 마찬가지로 성공 관리 프레임워크 또한 다양한 시각에서 정리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성공의 부정적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 방편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우선 성공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정리해 보면 ‘내부 의사결정의 왜곡’과 ‘외부 환경과의 부정적 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내부 의사결정 차원에서는 성공으로 인해 자만과 타성에 빠져 상황을 판단하는 인지능력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목표 설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성공에 취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정반대로 성공에 안주해 자기만족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공의 원인을 판단하는 귀인(歸因)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공은 내 탓, 실패는 남(또는 환경) 탓’과 같은 전형적인 귀인 패턴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 수준을 넘어 조직 차원에서는 성공으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자원, 기회와 그에 대한 공적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또한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해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생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종류의 내부 의사결정 왜곡은 투자 단계에도 영향을 미쳐 합리성이 결여된 과잉 투자 또는 과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성공으로 인한 외부 환경과의 부정적 관계는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고객 관계에 있어서는 고객의 급격한 증가가 때로는 제품, 서비스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에 실망한 단골 고객이 떠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성공한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도움을 주던 외부 조력자가 도움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쟁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혼자 살아남게 되면 결과적으로 조직 간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공으로 인해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가시성이 높아지게 되면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동시에 드러나 결국 더 많은 상처, 복수, 경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공의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많은 노력이 있었고 그것은 많은 제도와 경영 기법들을 낳았다. 그 공통점은 몇 가지 원칙들로 정리될 수 있다.  예컨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앞서 왜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해야 하는지를 기억할 것’, ‘자만(Overconfidence)을 경계하고 합리적인 자신감(Grounded Confidence)을 지향할 것’ 등이다. 성공 관리의 사례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그는 자신이 명석한 리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스스로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인 리더로서 얻게 된 권한과 권위로 인해 스스로 눈이 어두워질 가능성을 알아챘고 정부에 통계 부서(CSO)를 신설하도록 했다. 이 부서의 임무는 자신과 정부 관료들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전쟁에서의 승리로 인해 자칫 빠지기 쉬운 판단 오류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처칠은 자신의 성공적인 리더십이 의사결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권한과 권위를 제어하는 외부 통제 장치를 만들었다. 역설을 통한 역동적 지속가능성 앞서 소개한 실패 관리와 성공 관리를 더 큰 틀에서 정리해 보면 위의 그림과 같다. 통상적으로 위험 관리와 위기 관리는 실패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실패와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에 반해 실패 관리와 성공 관리는 실패와 성공의 역설적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이며 실패와 어려움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거나 성공을 통해 얻게 되는 자원과 기회를 통제하기 위해 스스로 부족함에 처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그러나 이 방법들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각각 고유한 시각과 렌즈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위험 관리나 위기 관리를 위한 통상적인 회의를 열게 되는 경우 실패 관리와 성공 관리의 시각을 추가해 논의하게 되면 새롭고 창의적인 전략 옵션들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날 기업 경영과 공공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추구되는 ‘지속가능성’ 개념은 평화롭고 정적인 표현과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역동적인 과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현실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두 가지 역설(실패의 유익함, 성공의 해로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은 실패 관리와 성공 관리를 통해 ‘역동적 지속가능성’에 가까이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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